김여정 "남측은 특등 머저리"…'강등'됐어도 여전한 존재감
입력 2021.01.13 11:46
수정 2021.01.13 12:59
"남측은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
당대회 성공 관련 축하행사 예고
열병식 실제 개최 여부는 불분명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추적·감시해온 남측을 '특등 머저리'에 비유했다.
당대회 주요 인선에서 '강등'된 것으로 나타난 김 부부장이 변함없이 '대외 메신저'로 존재감을 과시함에 따라 공식 지위와 무관한, 탄탄한 정치적 입지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13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그 동네사람들(남측)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이라며 "세계적으로 처신머리 골라 할 줄 모르는 데서는 둘째가라면 섭섭해할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의 공개 담화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추적 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 소리를 내뱉은 것"은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남의 집 경축행사에 대해 군사기관이 나서서 '정황포착'이니, '정밀추적'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유독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도 할 일이 없어 남의 집 경축행사를 '정밀추적'하려고 군사기관을 내세우느냐"고 꼬집었다.
김 부부장은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평양의 경축행사에 남보다 관심이 높다든가, 그게 아니라면 우리의 열병식 행사마저도 두려워 떨리는 모양"이라며 "언제가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수도에서는 곧 대회사업의 성공을 축하하는 여러 행사들도 예견돼있다"고 부연했다.
북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와 마찬가지로 김 부부장이 '열병식'이 아닌 '경축행사'라는 용어를 굳이 사용한 것은 일종의 '메시지 관리'로 읽힌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대외적 평가'를 피하려 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가 수도에서 그 누구를 겨냥하여 군사연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무엇을 날려 보내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목을 길게 빼 들고 남의 집안동정을 살피느라 노고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앞서 합참은 지난 12일 북한이 열병식을 포함한 당대회 관련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 11일에는 전날 심야 시간대에 북한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이 있다고 했었다.
군 당국이 당시 예비행사 가능성을 거론하긴 하긴 했지만, 본행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던 만큼 열병식 개최 여부와 관련한 '판단'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김여정 직책 '강등' 공식 확인됐지만
"담화 발표 통해 존재감 과시"
한편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를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발표해 종전 제1부부장에서 강등됐다는 게 최종 확인됐다. 앞서 북한 매체들의 당대회 인사 관련 보도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기존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당 중앙위 위원으로 격하된 바 있다.
다만 김 부부장이 본인 명의로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낮아진 직책과 무관하게 정치적 위상 및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정성장 미국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여정 담화에서 보듯 공식 직책이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낮아졌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김여정이 개인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것은 공식 직책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대남 업무를 총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대남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김여정이 '특등 머저리' '기괴한 족속' 등의 원색적 표현을 활용해 남측을 비난했다"며 "향후 장기간 남북관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측에서 '김여정 강등설' 등이 나오자 김여정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담화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여정이) 대남·대외문제를 계속 관장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대남·대외담당 비서직이 공석인 만큼 언제든 등극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