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오미의 여의도잼] 서울·부산시장 보선 앞두고 몸값 치솟는 이광재…왜?
입력 2021.01.13 07:00
수정 2021.01.13 05:17
부산·서울 출마 김영춘·우상호, 이광재와 남다른 친분 과시
李, 원조 친노·아이디어 뱅크·부산 사위 등 화려한 수식어
盧·YS 오른팔 김덕룡과 일해본 李, 통합의 아이콘 평가도
與대권주자로 꾸준히 거론…"때가 있겠죠"라며 여지 남겨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원조 친노(친노무현)' 인사로 꼽히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은 이 의원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며 친노·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 마음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12일 이 의원과 '밥 먹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우 의원은 이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두 사람이 식당에서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이광재 의원과 오찬을 함께했다"며 "'특권과 반칙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 대통령이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평등과 격차가 커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 민주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문재인 대통령과 서울 시민을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연세대 운동권' 출신인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오찬은 '동생'인 이 의원이 '형'인 우 의원에게 응원차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고 한다.
부산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한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자신의 저서 <고통에 대하여> 온라인 출판기념회 때 이 의원을 특별 게스트로 초대했다.
당초 이 의원은 현장에 직접 방문하기로 했으나, 개인 일정상의 이유로 '전화 참여'로 대신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 의원의 목소리에는 부산과 김 전 사무총장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이 의원은 "(김 전 사무총장이 부산시장이 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멋진 부산이 됐으면 좋겠고, 김영춘 선배님이 잘됐으면 너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자 김 전 사무총장은 "'부산 사위'이기도 하고 노 대통령이 가장 믿는 동지였던 이 의원이 부산을 많이 도와 달라"고 했다. 이 의원은 처가가 부산 전포동이라 '부산 사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의원은 대선 후보군으로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두 달 전 한 방송에 출연해 대선 출마 관련 질문을 받고 "정책을 만드는 게 지금 제가 할 일"이라면서도 "때가 있겠죠"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또 지난달 초 자신의 저서 <노무현이 옳았다 : 미처 만들지 못한 나라, 국민의 대한민국>을 출간해 대권 레이스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198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 의원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만 38세 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을 정도로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자신의 고향인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에서 재선(17·18대)에 성공한 뒤 2010년 민주당 불모지인 보수 텃밭에서 '최연소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듬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강원지사 직을 잃었다. 피선거권이 박탈돼 9년간 공백기를 갖다가 지난 2019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지난해 4·15 총선에서 강원 원주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여의도에서 이 의원은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정치적 공백기 동안 중국 칭화대 공공관리대학원 객원교수로 있다가 학술·정책 연구단체 '여시재' 원장으로 활동하며 미래 정책 의제를 연구했다. 이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는 당 K-뉴딜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지휘하고 있다.
또 이 의원은 스스로 '회색분자'라고 일컬을 정도로 보수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거부감이 없는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1996년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김영삼 전 대통령(YS) 오른팔로 불렸던 김덕룡 전 신한국당 의원(국민의힘 전신)의 비서로 일한 적이 있어 이념적 분열·대립이 극심한 한국 정치권에서 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올해 재·보궐선거뿐만 아니라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팔방미인' 이 의원을 향한 '러브콜'은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몸값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무척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