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언제인지 모를' 사전청약 본격화…전세난민 생활 계속

황보준엽 (djkoo@dailian.co.kr)
입력 2021.01.08 06:13
수정 2021.01.07 16:21

경기도민 대상 물량 절반…서울 수요 어려워

연기 없이 입주까지 기간 내 공급이 관건

7월부터 3만 가구 수도권 청약이 시작된다. 그간 정부가 강조해 온 후분양 방식과는 다른 사전 청약 방식을 활용한다. 원칙을 뭉개면서까지 3기 신도시 물량을 빠르게 푸는 이유는 수요 분산을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은 어둡다. 사전청약으로 집값을 끌어내리긴 역부족이라고 분석한다.


수요자들도 다소 주저하는 모습이다. 알짜입지라는 태릉cc와 과천청사 물량이 빠진데다, 자칫 사업이 지연되면 예상보다 오랜 기간을 임대로 떠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물량으론 서울 수요분산 역부족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7월 인천계양(1만1000가구)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방사 부지(200가구)를 시작으로 사전청약이 시작된다.


시기별로 ▲9, 10월에 남양주 왕숙2(1500가구), 서울 관악구 남태령 군부지(300가구) ▲11, 12월에 남양주 왕숙(2400가구), 부천 대장(2000가구), 고양 창릉지구(1600가구), 하남교산(1100가구) 등에서 청약 물량이 나온다. 올해에는 총 3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청약에서 수요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물량은 노량진과 남태령 군부지, 위례 뿐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 나오는 물량은 800가구에 불과하다. 나머지 하남 등 3기 신도시 내에서도 인기 지역도 사전청약에 포함되지만, 서울 수요를 분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전청약 대다수 경기도민 대상


사전청약 물량 절반 정도가 경기도민 대상이라는 점도 문제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지역에서 2년 거주자에게 먼저 30%, 그 외 경기도에 20%가 우선 공급된다. 나머지 50%는 서울 등 기타지역 거주자가 대상이다.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에게 배정된 물량이 적은 것이다.


사전청약에 떨어지고 본청약에 나설 수는 있다. 하지만 당첨되지 않을 경우를 감안하면, 3기 신도시 청약을 목표로 거주지 이전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결국 서울이 아니라는 입지적 조건에 우선청약 등을 고려하면, 서울 수요 분산의 효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3기 신도시의 입지적 조건 등 제반사항을 봤을 땐 서울 수요 분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며 "즉 집값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제때 공급 안되면


제때 공급을 이뤄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는 수요자들을 망설이게 한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사전예약으로 공급한 단지들 중 모집공고에 안내한 일정보다 많게는 7년 가까이 본청약이 늦어진 경우도 있었다.


하남 감일 지역이 대표적이다. B3블록과 B4블록의 경우 2010년 사전예약 후 2013년 5월 본청약이 본래 계획이었지만, 이보다 5년 7개월 늦은 2018년 12월에 들어서야 본청약을 받았다. 입주도 올해 10월 예정으로 사전예약 후 입주까지 1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정부는 토지보상이 어느 정도 끝난 상태로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토지보상에 대한 이견이 큰 지역도 남아있다.


당초 과천신도시의 토지 보상은 지난해부터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토지주와 LH 간 감정평가 금액 차가 커 올해로 미뤄졌다. 거기다 용산·태릉·과천·상암에서는 주민들과 지자체장, 지역구 국회의원 등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아직 토지보상도 안 끝났는데, 3기 신도시가 언제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 말만 믿지 말고 지금 일단 신규분양이나 매수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적었다.


급등한 전셋값도 변수


급등한 전셋값도 변수다. 입주가 늦춰지면, 오랫동안 전세를 전전해야 하는데 부담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전달 대비 0.97% 올랐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4.61% 올랐는데, 지난 2015년(4.85%) 이후 5년 만의 최대 상승폭다. 아파트로만 범위를 좁혀보면 7.32% 올라 9년 만에 최대로 뛰었다.


지난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영향이 컸다. 법 시행이 본격화된 9∼11월 0.53%, 0.47%, 0.66%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달에는 0.97%까지 뛰었다.


더 큰 문제는 본청약에서도 '최종 탈락'하는 경우다. 전셋값은 계속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고,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인한 공급감소까지 겹쳐 한동안 집값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 상황이다.


만약 3기 신도시만 보고 있다가 집값이 더 올라버리면 영영 내집마련 기회를 놓치는 것일 수도 있다. 수요자들이 걱정하는 것도 이런 점이다.


경기 수원에서 거주 중인 신혼부부 A씨는 "3기 신도시가 되면 좋다. 그러나 안 되면 어떻게 할지가 제일 문제"라며 "사전청약 탈락 후 본청약까지 전세 보증금을 마련해가면서 어찌어찌 버틴다고 해도 만약 탈락하면, 그땐 일반 주택을 매매해야 하는데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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