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초아를 보고 울컥하는 이유
입력 2021.01.07 08:20
수정 2021.01.07 06:44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59호 참가자의 무대를 보면서 울컥했다는 누리꾼들이 많다. 프로그램 측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지만 59호가 크레용팝의 초아(허민진)라는 걸 지금은 모두가 안다. 초아는 이 프로그램에서 ‘빠빠빠’와 ‘한바탕 웃음으로’, ‘환희’ 등을 불렀다. ‘빠빠빠’는 애초에 댄스음악이었고 뒤의 두 곡도 댄스음악으로 편곡해 불렀는데, 시청자들이 눈물까지 흘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크레용팝은 2013년에 ‘빠빠빠’로 떴다. 헬멧을 쓰고 뜀뛰기를 하는 ‘직렬 5기통 춤’이 트렌드 아이콘이 될 정도로 선풍을 일으켰다. 비의 ‘깡’보다 먼저 나타난 밈 현상이었다. 레이디 가가의 북미 투어에 오프닝 밴드로 설 정도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음악적인 인정, 뮤지션으로서의 인정은 받지 못했다. 그저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만이 밈으로 퍼져나갔을 뿐이다.
그렇게 크레용팝이란 존재는 한 때의 밈으로 정리됐다. 뮤지션으로, 실력 있는 걸그룹으로 그들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거의 기억에서 사라졌을 무렴 ‘싱어게인’에 59호가 나타났다. 이름과 경력을 숨겼지만 ‘헬멧가왕’이라고 소개됐기 때문에 크레용팝 멤버일 거라고 모두들 알아챘다.
‘빠빠빠’를 부른다고 하자 사람들은 놀랐다. 혼자 부르기 힘든 곡일뿐더러, 애당초 기계음으로 만들어진 퍼포먼스용 립싱크 반주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59호는 혼자서 생음악으로 ‘빠빠빠’를 소화해냈다.
사람들은 그 실력에 감탄하며, 그것이 이제야 알려지게 된 현실을 한탄했다. 초아라는 이름도 마침내 알려졌다. 과거 크레용팝은 B급 병맛 콘셉트 활동으로 비웃음을 많이 샀다. 초아 같은 실력자가 그렇게 비웃음을 받으며 묻힌 것을 사람들은 뒤늦게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무시당하다 마침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래서 한때는 우스꽝스러운 노래였던 ‘빠빠빠’가 ‘싱어게인’에선 감동의 무대로 거듭난 것이다. 초아가 혼자 이 노래를 완창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 뒤에 이어진 ‘한바탕 웃음으로’, ‘환희’ 무대는 초아의 실력이 ‘찐’이라는 걸 확실히 인증했다. 사람들은 과거에 크레용팝, 초아를 경시했던 걸 미안해하면서 이제라도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서 화제가 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초아의 퍼포먼스를 보며 그녀가 보낸 인고의 시간을 느낀다. 숨 한 번 흐트러지지 않고 안무를 소화하며 라이브를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새삼 경탄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오랜 시간을 지나 마침내 인정받고 이름을 알리는 그 순간은 감동적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초아의 댄스음악에 사람들이 울컥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