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도 시진핑도 '자력갱생'…'팀플레이'인가 '각자도생'인가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1.01.07 04:00
수정 2021.01.06 23:53

김정은 "주체적 역량 백방으로 강화"

시진핑, '인민' 강조하며 '자강' 내세워

北, 당대회서 '5년 단위 경제구상' 발표 전망

"독자노선일지 '中 의존' 시사할지 지켜봐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년 만에 개최된 노동당대회에서 "주체적 역량 강화"를 언급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신년사를 통해 '자신자강(自信自強)'을 강조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북중 양국이 한목소리로 '자력갱생'을 주창하고 나선 모양새다.


6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평양에서 개최된 제8차 노동당대회 개회사에서 "현존하는 첩첩난관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 건설에서 부단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며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는 이미 이룩한 성과도 귀중할 뿐 아니라 축적된 쓰라린 교훈도 매우 귀중하다"며 "특히 그대로 방치해두면 더 큰 장애로, 걸림돌로 되는 결함들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당대회를 분수령으로 국가의 부흥발전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조선노동당의 투쟁은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이 현재 정세를 '최악의 난국'으로 평가하며 당대회를 '새로운 단계의 분수령'으로 삼겠다고 밝히면서도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 강화' 등을 강조한 것은 기존의 자력갱생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으로선 "현재의 주·객관적인 환경이 주체적 힘과 역량을 강화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당대회를 통해) 강화된 자력갱생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앞세워온 김 위원장이 당대회를 앞두고 신년 연하장을 통해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 만큼, 당분간 '내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시진핑 주석 역시 신년사를 통해 북한과 유사한 정국 국상을 밝혔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인민 역량'을 강조하며 '자강 노선'을 시사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5일 발표한 '시진핑 주석 신년사 평가와 정책적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해 신년사가 신변화(新變化), 새로운 생기(新氣象) 등 분위기 일신을 강조한 것과 달리 올해 신년사는 구체적인 행동과 행동 동력으로서 '인민'과 '인민 역량'을 직접 강조했다"고 밝혔다.


양 책임연구위원은 신년사 주요 키워드로 △인민지상(人民至上) △자신자강(自信自強) △자강불식(自強不息) 등을 꼽으며 "자신자강에 대한 강조는 마오쩌둥 시기 자력갱생 이미지와 오버랩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민의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위기를 극복하는 이른바 인민주의적 방식의 국면 돌파를 시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대응과 미중갈등 여파로 녹록지 않은 한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 의지를 피력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중국이 신년부터 '인민' '자력갱생'이라는 공통의 화두를 던진 만큼 향후 '밀착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북한이 당대회를 계기로 새롭게 선보일 '5년 단위 경제계획'이 중국과 연계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재·코로나19·수해 등 삼중고에 시달려온 북한이 경제 분야에 있어 중국 의존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구상이 탄력을 받긴 어려울 거란 관측이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중국 의존형 발전 노선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자주적 발전 노선으로 갈 것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라며 "중국 의존형 발전 노선을 택할 경우 남북관계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8차 당대회 개최 이후 북중 정상이 회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연초 "내부적으로 경제를 추스르기 위한 여러 동원행사를 개최할 것으로 본다"며 "8차 당대회를 끝내고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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