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계급장 떼고 붙는 ‘미스트롯2’, 첫 방송에 실력자 몰아넣은 이유
입력 2020.12.18 11:18
수정 2020.12.18 11:18
원조는 괜히 원조가 아니었다. 트로트 오디션의 원조로 불리는 TV조선은 17일 첫 방송된 ‘미스트롯2’를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해냈다. 2만여 명의 지원자들 가운데서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참가자들인 만큼, 실력적인 면에 있어서 타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절대 우위에 있었다.
첫 방송에서는 112팀, 총 121명의 얼굴이 소개됐다.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던 참가자들의 국적과 나이, 직업은 다양했다. 명단이 공개됐을 당시 최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뽑아내기 위해 실력과 별개로 다양한 직업군의 참가자들을 배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단 1회의 방송으로 말끔히 씻어냈다.
이날 대학부, 초등부, 현역부B, 왕년부, 아이돌부 참가자들의 최종 예선 무대가 그려졌는데, 예상밖의 실력자들이 대거 포진되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우는 것을 넘어 눈과 귀를 사로잡는 무대가 이어졌다. 왕년부에는 배우 오승은을 비롯해 클레오 출신의 채은정, 배우 이재은, 가수 나비, 씨야 메인보컬 김연지, 스페이스A 김현정 등 친숙한 연예인들의 도전이 그려졌다. 이들 역시 단순히 프로그램의 흥밋거리가 아닌, 남다른 가창력과 내공을 보여줬다.
심사위원 격인 ‘마스터’들은 “계급장 떼고 평가 받는 자리”라는 말을 종종 내뱉었다. “어린 것 치곤 잘 했다” “외국인 치곤 잘 했다”가 통하지 않는 곳이란 의미다. 실제로 초등부의 7명 중 4명(황승아·김태연·김수빈·김지율)이 올하트를 받으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시청자들도 부정할 수 없는 결과였다. 이어 임서원과 김다현, 이소원도 추가 합격을 받으면서 초등부 전원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연세대 어학당을 다니는 마리아는 놀라운 한국어 실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확한 발음에 빼어난 가창력과 감성까지 더해 한국인보다 더 맛깔나는 무대를 꾸며 올하트를 받고 본선에 진출했다. 겉보기엔 구색 맞추기 식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들이 꾸민 무대를 보면 철저히 실력으로 따낸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자들이었다.
이밖에도 ‘현역부 B조’(베스티 출신 강혜연·하이량·윤태화)는 무대에 대한 진정성과 간절함을 여실히 보여줬고, ‘아이돌부’에 배치된 걸그룹 연습생 출신 홍지윤, 대학생부의 이승연·방수정 등도 개성 강한 무대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처럼 방송 초반에 걸출한 실력자들을 대거 배치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스트롯2’ 방영 전부터 앞선 시즌의 성공으로 이미 어느 정도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상태지만, 새로운 시즌을 처음 내놓는 만큼 고정 시청층을 잡아두고, 새로운 시청층을 끌어들일 무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무기로 ‘미스트롯2’는 본질이기도 한 ‘실력’을 내세운 것이다.
심사위원단의 반응도 흥미로웠다. 특히 지난 시즌에서 무대에 올라 직접 경연을 벌였던 ‘미스터트롯’ TOP6(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는 이번 시즌에선 그 무대를 바라보는 심사위원 석에 자리했다. 불과 1년 전, 섰던 무대를 보는 이들의 복잡미묘한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참자가들의 무대를 평가한다는 것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터였다.
실제로 임영웅은 “이 자리에 앉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얼마나 힘들게 이 무대를 준비했는지 너무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보다는)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게 앉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방송 내내 참가자들의 무대를 ‘평가’하기보다, 함께 즐기고 공감하며 따뜻한 응원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장윤정, 조영수, 진성, 신지, 김준수, 송준호는 출연자들의 가창력과 가능성을 내다보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는 멘토로서의 역할을 붐과 장영란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그리고 MC김성주는 오래된 내공에서 비롯된 차분하고 군더더기 없는 진행으로 밸런스를 맞추면서 프로그램의 질을 높였다.
다만 실력자들 대다수가 초반에 배치되면서, 향후 보여줄 무대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진 상황이다. 때문에 ‘미스트롯2’가 이후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