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의 할많하당] 알맹이 빠진 공매도 개선안…개미는 한숨만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12.14 07:00
수정 2020.12.13 19:47

정부,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주식대여서비스 도입 논의 중

개인 "무차입 공매도 근절 없이는 시장건전성 확보 어려워"

국회가 지난 9일 불법공매도 처벌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에는 불법공매도가 적발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이나 최대 1억원에서 주문금액 범위 내에서의 과징금이나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등 대폭 강화된 처벌수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개인들이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도입을 준비 하고 있다. 내년 3월15일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 시기 전에 일본이 사용하고 있는 '주식대여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에게 공매도할 주식을 쉽게 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개인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와 개인의 참여 독려로 공매도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정부 측 방침이다.


하지만 개인들은 여전히 공매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처벌 강화와 개인 참여 가능 정도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그들이 요구하는 건 개인들의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가장 큰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2018년 5월30일.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서 국내 156종목, 총 401억원에 대한 매도 주문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를 결제해야 할 6월1일, 20개 종목 139만주에 대한 대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3일 뒤에는 21개, 106만주에 대한 결제불이행이 발생됐다. 흔치 않은 상황에 금융감독원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담당자가 오인해 공매도 주문이 잘못 입력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공매도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공매도했다는 점이다. 즉, 주식을 빌리지 않고 먼저 가상의 주식을 매도한 뒤 결제일 이전에 주식을 사서 반환하는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것이다.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전유물인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엄연한 불법행위다. 골드만삭스의 이 불법 공매도로 결제불이행이 발생하기까지 6일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봐야만 했다.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해 '대차체결과정 전산화'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제출했다. 이는 기관투자자 등이 증권의 대차거래 계약을 체결할 때 이 내용을 전자정보처리장치를 통해 고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 차입 담당자가 차입 희망 주식을 직접 입력하는 수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실수도 직원의 수기 오류에서 비롯됐다. 김병욱 의원은 현행 수기 시스템을 대차중개기관인 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의 대차계약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막아 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에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는 무차입 공매도 시스템 개선 및 마련 방안은 담겨있지 않다. 이 상황에서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여전히 무차입 공매도는 수기로 진행될 것이고 다시 한 번 골드만삭스와 같은 팻핑거(fat finger)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다. 개인들은 이러한 오류거래로 인한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할 가능성부터 완전히 틀어막아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장은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이 우선 완비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논의도 진척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해서 개인 공매도와 같은 전산 시스템상의 거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현재와 같이 메신저 채팅 등으로 거래를 요청해 대여 기관이 수기로 입력하는 방식은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실제로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위한 실시간 주식잔고·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기술적으로 도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0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연말까지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지금까지는 이 발언이 거짓에 가까워진 상황이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을 담아 이르면 올해 안에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시간과 기회는 남아있는 셈이다. 올해 개인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코스피 2700포인트 돌파에 세운 공로가 혁혁한 만큼 이번에야 말로 무차입 공매도 차단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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