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석탄·화력발전 완전 퇴출…한국경제 괜찮은가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0.12.07 10:15
수정 2020.12.07 10:16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들 에너지전환 시간 촉박

정부도 ‘도전적 과제’ 공감대…글로벌 흐름 동참 필요


정부가 오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내놨다. 30년 후인 2050년에는 석탄과 화력발전을 완전 퇴출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탄소중립은 세계 주요국들의 당면한 과제다. 미국 바이든 당선자도 공약으로 탄소중립을 내걸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전통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30년 안에 에너지 구조를 모두 바꿔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경제 산업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 13대 품목의 경우 반도체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장치·제조 산업군이다. 한국경제 20년사에서 한 번도 바뀌지 않은 품목도 다수다. 가뜩이나 투자가 줄어든 제조업들이 에너지 전환에 얼마나 재투자를 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새로운 글로벌 질서로 떠오른 ‘탄소중립’


2050 탄소중립은 우리나라 목표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파리협정에서 탄소중립이 처음 발의됐고, 지난해 9월 유엔(UN) 기후정상회의 이후 121개 국가가 기후목표 상향동맹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이 정해졌다.


올해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향후 가장 우려되는 지구촌 문제에 대해 ‘기후변화’를 꼽았다. 전염병보다 기후변화가 더 심각한 재앙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탄소중립이 새로운 질서로 주목받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규제 강화 및 경영 활동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도 우리 정부와 기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EU·미국은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EU의 자동차 배출규제 상향, 플라스틱세 신설 등 환경규제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탄소경국세는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약한 국가의 상품을 규제가 강한 국가로 수출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민간부문에서는 글로벌 기업·금융사의 RE100 참여 및 ESG 투자 확대, 환경 비(非)친화적 기업 투자 제한 등 환경을 고려한 경영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RE100은 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세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규모는 2014년 18조 달러에서 2016년 23조 달러, 2018년 30조 달러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전력 등이 ESG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역시 친환경 에너지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 및 수소 가치 부각, 이차전지 시장(전기차 확대) 급성장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관련 투자도 공격적이다. EU는 그린딜 정책을 통해 향후 10년간 1조 유로 투자 계획을 내세웠다. 미국 바이든 당선자는 10년간 1조7000억 달러는 그린 분야에 쏟겠다는 공약을 했다.


◆30년 후 탄소중립 실현…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에 눈을 돌리며 발빠르게 구조적 전환에 나섰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당장 산업구조부터 개편해야 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도 온실가스 배출정점 이후 탄소중립 소요기간 및 산업구조, 에너지믹스 등 감안시 탄소중립은 도전적인 과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온실가스배출량은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배출정점이후 탄소중립까지 기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주요국가들의 탄소중립까지 소요기간을 보면 EU 60년, 일본 37년, 한국 32년, 중국 30년 등이다. 산업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전환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높은 제조업, 탄소 다량배출 업종(철강, 석유화학 등)이 여전히 높다. 탄소중립 조기 실현에 제약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또 주요국 대비 석탄발전 비중(40.4%, 2019년)도 높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주요국 석탄발전 비중을 보면 미국 24%, 일본 32%, 독일 30%, 영국 2%, 프랑스 1% 수준이다.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기업·국민 부담 발생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 산업구조 변경(고탄소→저탄소) 및 에너지 전환(석탄→신재생)에 따라 산업계 부담 증가 및 경쟁력 약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은 기존산업(화력발전, 내연차 등) 기반 약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및 전기요금·난방비 등 공공요금 상승 등 물가상승 요인이 부담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산업 구조 특수성 고려시 새로운 국제질서 대응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온적 대응시 주력산업 투자 및 글로벌 소싱 기회 제한 등 수출, 해외 자금조달, 기업신용등급 등에 부정적 영향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EU·미국 등 탄소국경세 도입시 석유화학·철강 등 고탄소 집약적 국내 주력 산업은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산업구조 저탄소화 및 신산업 육성 등 선도적 대응이 이뤄지면 탄소중립·경제성장·삶의 질 향상이 동시 실현 가능하다”며 “우리가 보유한 배터리·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 디지털 기술, 혁신역량 등은 탄소중립 실현에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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