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대국민 사과, 적기론·신중론 팽팽한 국민의힘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2.06 07:00 수정 2020.12.06 07:27

김종인, 다음 주 중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 대국민 사과

비대위원장 취임 후 심도 있게 고심…보궐선거 전 적기로 판단

중도층 마음 사로잡는 만큼, 전통 지지층 비판 여론도 신경써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르면 오는 9일 경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수감 및 탄핵 사태 등에 대해 당대표로서 공식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대위 출범 후 줄곧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강조해 온 바 있는 김 위원장이 그 일환의 하나로 전직 대통령 문제를 매듭짓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다. 당 내부 기류는 적기론과 신중론으로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5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내주 김 위원장의 공식 사과가 이뤄지는 부분은 확정적인 단계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국민에 알리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물색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 위원장은 4·15 총선 패배 후 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사과하겠다는 뜻을 표명해 온 바 있다. 김 위원장 취임 후 당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4·15 총선 백서'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의 부재'를 주요 패배 원인으로 꼽았을 만큼, 김 위원장이 심도 있게 고심한 부분이 바로 사과 문제였다.


지난 8월 김 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화묘지'를 찾아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내 일부 인사들의 막말 및 그간 소극적이었던 당의 입장에 대해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이었다는 평가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당 일각의 비판 여론과 계속된 정국 현안의 발생으로 미뤄진 바 있고,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9일을 전후로 정기국회 일정 및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등 굵직한 정치권 이슈가 많아 날짜를 고민 중이지만, 늦어도 다음 주 내에는 이뤄질 것"이라며 "정기국회를 마치면 곧바로 보궐선거 체제로 돌입한다. 선거에 임박해 사과한다는 역공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진정성을 담아 사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 시기 및 장소의 문제와 별개로 김 위원장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당내 기류'라는 지적도 있다. 사과를 통해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 잡는 만큼, 전통 지지층의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평가 탓이다. 따라서 이 부분을 살피고 매끄럽게 넘어가 혹시 터질지 모를 당내 갈등의 불씨를 조기에 잡는 작업이 필수라는 관측이다.


이에 더해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정치적 공격의 빌미만 제공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대표로서의 사과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당 차원에서 모두 '인정'한다는 의미를 함유하는 탓에 상대으로 하여금 '낙인 찍기'의 근거를 제공해 줄 뿐이라는 진단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 당의 과거에 대해 사과를 할 만큼 정통성을 가진 분이 아니다. 당원과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 당대표가 당원들의 총의를 모아도 늦지 않을 뿐 아니라, 잘잘못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차기 대선후보에게 일임하는 것이 도리"라며 "지금은 상대에게 정치적 공격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와같은 신중론보다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자는 시각이 더 우세한 편이다. 김현아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JTBC '뉴스ON'에 출연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 문제는)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서부터 일성했던 말로, 이제 현실화 되는 것"이라며 "당내 반발로 약간의 1차 고충이 좀 있었지만, 점차 우리가 새롭게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있어 이제는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된다는 여론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우리 당의 지지율이 상승 기류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며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떠나 우리당을 지지하거나 혹은 무당층으로 이탈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보다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을 선제적으로 보여 무당층으로 빠지는 유권자들을 사로잡고 중도층도 끌어안아야 한다.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통화에서 "사과는 계속해야 한다. 오히려 국민들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보수우파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았던 일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과하는 게 맞다고 보는 것"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선대위에서 역할을 하며 박근혜 정권 탄생에 공이 있는 인사다. 오히려 사과할 만한 자격으로 적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장 소장은 "당내에서 나오는 사과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이야기들은 개인적 의견들로 남겨두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면 한다"며 "단, 지난 5·18 민주화묘지에서의 사과와 같이 김 위원장 혼자만의 이벤트성이 아니라 소속 의원 전원 혹은 당 지도부 전원이 참석해 함께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이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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