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때문이었나?"…국민의힘, 대여 공세 고삐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12.04 01:00
수정 2020.12.04 08:46

산자부 공무원들,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 삭제 혐의

秋, 검찰 영장 청구 의사 밝히자 다음날 尹 직무정지 명령

윤석열, 직무 복귀 후 수사 박차 가해…구속영장 청구 재가

진중권 "尹 내치려 했던 이유, 영장 못 치게 하기 위해…위엔 청와대가"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오는 10일로 재차 연기했다. 검찰의 집단반발에 이어 민심도 정부여당에 돌아선 기류가 감지되자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윤석열 찍어내기' 움직임의 연관성을 의심하며 대여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추미애 법무장관으로부터 직무정지 징계를 받았다 법원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업무에 복귀한 윤 총장은 전날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재가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공무원들은 지난해 12월 감사원 인사와의 면담이 잡히기 하루 전날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출입해 월성 1호기와 관련된 총 444건의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은 지난 10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경제성을 불합리한 판단을 바탕으로 낮게 책정했고, 여기에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여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야권은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수사를 진행하던 대전지검이 혐의 당사자들에 대한 영장 청구 보고서를 내겠다고 밝힌 다음 날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명령을 발동한 만큼, 해당 수사의 진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해 고기영 전 법무차관의 사임으로 이날 새롭게 부임한 이용구 법무차관이 경제성 조작 사태로 검찰 수사를 받은 핵심 인물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낳기도 했다.


민주당, 되레 발끈…"윤석열, 정치공작으로 文정부 국정과제 제동"
국민의힘은 일축…"집권세력이 수사 무마 위해 尹 직무정지 무리수"
"얼마나 감추고 싶은 게 많으면 이런 비민주적 폭주를 계속하는가"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내친 이유는 바로 원전 수사의 구속영장을 못 치게 하려고 하는 데 있었다"며 "영장을 못 치게 한 이유는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들 위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으로, 자기들이 수를 두고도 왜 그 수를 뒀는지 벌써 잊어버리신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글에서 "혐의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승인하기 직전에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가 내려졌고,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은 감사가 들어간다는 정보를 누구에게 받았느냐는 질문에 '신이 내린 것 같다'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상식적으로 한밤 중에 자료 444개를 삭제하는 것은 말단 공무원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감사가 들어간다는 정보를 누군가 준 세력이 있고, 그 세력이 뒷감당도 약속해 줬을 것이다. 검찰수사에서 그 윗선이 밝혀지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당정청을 움직여 검찰총장을 몰아낼 권력을 가진 이들이 누군지 알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여권은 오히려 윤 총장이 정치적인 목적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표적 수사라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들인 이학영·강훈식·고민정·김경만·김성환·김정호·송갑석·신영대·신정훈·이규민·이동주·이성만·이소영·이수진·이인영·이장섭·정태호·황운하 의원은 이날 공동 성명문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도구 삼아 정치세력으로 변질된 검찰의 표적·정치수사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의 동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앞둔 시기, 윤 총장의 정치공작은 더욱 무모함의 극을 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윤 총장과 추 장관의 직접적인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10월 부터 시작된 수사를 두고 윤 총장의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민적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말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원전 경제성이 조작되고 조기폐쇄까지 이어졌단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것"이라며 "더욱이 집권세력이 관련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무마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의 직무정지라는 무리수를 뒀단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홍종기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추미애 장관은 월성 1호기 관련자료 444개를 삭제한 산자부 공무원들이 구속될 지경에 이르자 급히 승인권자인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했고, 그 과정에서 검찰청법을 위반하고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검사를 직접 지휘한 의혹도 받고 있다"며 "얼마나 감추고 싶은 것이 많으면 이런 비민주적·반법치적 폭주를 계속하는지 국민들의 의심만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범야권의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 또한 "추 장관은 국가의 성장동력 중 하나였던 원전산업이 어떤 타당성으로 폐기처리 됐는지 한 치의 거짓 없이 파악하여 국민 앞에 공개함이 중요함에도 느닷없이 사찰 프레임을 덧씌워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몰두한 공적으로 훗날 최악의 공직자로 낙인찍히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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