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결국 '윤석열 찍어내기' 무대에 등장…레임덕 의식했나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0.12.03 04:00 수정 2020.12.02 20:59

법무부 차관 속전속결 임명…尹 징계위 강행 의지

중징계 수용 시 임기 보장 총장 '내쳤다' 비판 직면

'尹 찍어내기' 대한 국민 저항에 정권 타격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2일 법무부 차관 내정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논의할 검사징계위원회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의 전망과 달리 문 대통령이 신속한 인사에 나선 건, 인사 장고 또는 징계위 취소가 레임덕을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징계로 윤 총장의 거취를 정리해도 국민 저항에 부딪혀,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개최에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해 공석이 된 자리에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내정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 과정에 참여하는 등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 실장을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한 건,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지를 확실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 차관 인선 배경에 "검찰개혁 등 법무부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법무부 차관 자리가 채워짐에 따라 오는 4일 예정된 징계위는 그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윤 총장의 징계를 결정하면 문 대통령은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청와대는 이미 법률에 따라 문 대통령이 징계 결과를 그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징계위에서 면직·해임 등 중징계로 결정이 날 경우, 문 대통령 스스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내쳤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윤 총장에게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라'고 한 자신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또 원전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해 '적폐 수사'를 지시하며 직접 고른 인사를 '찍어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시각이 많다. 그간 정치적 논란을 키우지 않겠다는 이유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갈등에 침묵해 왔지만, 윤 총장 징계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의 판단이 나오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상황이 돼 버렸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찍어내기'를 주도했다는 이미지가 된 것이다. 여권에서 레임덕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흔들리고 있다. 본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해 이날 발표한 12월 첫째 주 정례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0.5%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두 번째 최저치로, 올해 8월 부동산 대책 논란으로 기록된 38.7%와 단 1.8%p 차다. 부정평가는 54.3%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징계위에서 윤 총장의 해임을 의결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대통령이 대국민 선전포고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침공을 받으면 시민들은 응전을 할 수밖에"라고 비판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궤변을 덧붙이는 것을 보니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대통령의 인식을 다시금 확인한다"며 "대통령마저 정의와 상식의 길을 거스르려 한다면 더 큰 민심의 쓰나미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11월 30일과 12월 1일 이틀간에 걸쳐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률은 5.5%로 최종 1011명(가중 1000명)이 응답했다. 표본은 올해 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기준에 따른 성·연령·권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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