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속전속결 윤석열 해임 시나리오…'대선출마도 막는다'
입력 2020.11.27 00:00
수정 2020.11.27 05:23
尹 집행정지 신청하자 秋 징계위 속전속결
추미애가 장악한 징계위...'해임' 의결 전망
국가공무원법상 해임시 '공무담임권' 제한
징계권자 文, 정치적·법적 리스크 감수할까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를 오는 12월 2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재판부 불법사찰은 박근혜 정부시절의 사법농단과 다를바 없다"며 적극적으로 징계를 촉구하고 있다. 이른바 '연말 윤석열 찍어내기' 시나리오가 가동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징계심의위 날짜를 내달 2일로 정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윤 총장이 전날 법원에 '직무정지처분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하자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전략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윤 총장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고 징계처분까지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여권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통상 집행정지신청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1~2주가 소요되는데 내달 2일 징계위원회가 잡혔기 때문에 적어도 그 전에 결과가 나와야 의미가 있다"며 "사실상 재판이 의미가 있으려면 11월 27일에 열려야 하는데 (재판부가 내용을 숙지하기에) 촉박하다. 추 장관이 이런 부분까지 계산해 징계심의위 날짜를 잡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징계심의위는 추 장관과 법무부차관, 장관과 차관이 지명한 검사 2명, 장관이 위촉한 변호사나 법학교수 등 외부인물 3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가 추 장관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윤 총장 '해임'을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후 추 장관이 결과를 제청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집행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늦어도 올해 안에 해임절차가 끝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23일 "연말, 연초 쯤에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2월 2일 징계를 내리고 이를 근거로 해임을 요청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못한 척하며 해임을 하는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윤 총장이나 공수처 문제를 지지부진하게 끌 경우 일선 검사들도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과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윤 총장 해임과 공수처 출범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일련의 프로그램에 당정청 사이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특히 '해임'은 윤 총장의 차기 대선출마 가능성 자체를 막아버리는 효과도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국가공무원법 33조에는 '징계로 해임처분을 받은 때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에 대해 공무담임권을 제한하고 있다. 출마는 물론이고, 윤 총장이 야권결집의 구심점 역할도 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변수는 징계권자인 문 대통령이다. 그간 문 대통령은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국면에서 입장표명을 애써 피해왔다. 하지만 윤 총장 징계사안에서는 문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자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는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징계결정이 내려지고 윤 총장이 반발해 소송을 진행한다면 그 상대방은 추 장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된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장관이 할 수 있는 직무배제와 달리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며 "해임결정을 한다면 윤 총장에게 치명타가 되겠지만, 동시에 문 대통령도 어떤 식으로든 책임에서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큰 리스크를 안고 가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