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가요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복고’의 유행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1.13 08:00
수정 2020.11.12 16:44

방탄소년단·박진영·선미가 불지핀 디스코 열풍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복고’는 그 범위를 넘어선 듯 보인다. 잠시 시들한 것 같다가도 조그만 불씨라도 올라오면 금세 그 시기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다. 당연히 트렌드에 민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관련 콘텐츠를 놓칠 리 없다. 특히 가요계는 복고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매년 복고 열풍은 가요계를 휩쓸고 지나간다.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하나의 현상이 됐다는 말이다. 다만 그 시기마다 어떤 ‘풍’의 복고 콘텐츠가 유행하는가가 조금씩 바뀐다. 올해의 경우는 상반기에는 싹쓰리가 불러 온 레트로 풍의 댄스음악이 주를 이뤘다. 물론 그 바탕에는 지난해부터 붐을 일으킨 ‘뉴트로 열풍’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뉴트로라는 말이 새로 생겨나긴 했지만, 이전부터 가요계에서 ‘복고’로 불리던 음악들 역시 과거에 유행했던 것들을 그 시기에 맞는 음악과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건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하나의 콘셉트로만 활용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과거의 것들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JTBC ‘슈가맨’과 SBS 스브스 채널 ‘문명특급’의 ‘숨듣명’ 코너가 대표적인 사례다.


싹쓰리는 이 뉴트로 트렌드를 적극 활용해 90년대 히트했던 댄스음악을 리메이크하고, 그 당시의 댄스음악을 떠오르게 하는 ‘다시 여기 바닷가’ ‘그 여름을 틀어줘’ 등을 발매하면서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이 열기를 이어 받아 코요태나 박문치 등 90년대 댄스음악을 대표하는 가수(그룹)들이 연달아 앨범을 발매했고, 아이돌들은 그 당시의 음악을 리메이크해 발매하는 등 싹쓰리가 불러온 레트로 열풍에 편승하기 바빴다


짧았던 레트로 풍의 댄스음악의 유행은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막을 내렸고, 그 이후엔 디스코 열풍이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디스코 열풍은 박진영과 선미의 ‘웬 위 디스코’가 불씨를 당기고,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로 제대로 불을 붙였다.


이후 방탄소년단의 후배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청량 디스코’를 표방한 신곡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여자친구가 디스코 장르의 ‘마고’ 등을 발매했다. 이밖에도 마마무, 우주소녀 쪼꼬미 등이 디스코 팝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 등 디스코 풍의 음악이 연달아 대중을 찾고 있다.


다만 앞서 싹쓰리로부터 시작된 90년대 댄스음악 열풍이 쉽게 사라진 것과 같이 이번 디스코 열풍도 그리 오래 가진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든 인기에 편승해 한철 장사로 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목적으로 부랴부랴 상품을 내놓는 분위기가 유행의 주기를 당기는 셈이다. 음악이 ‘작품’이 아닌 정체성 없는 ‘상품’이 되는 순간 그 생명력을 절대 오래 갈 수 없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복고 콘텐츠는 앞서 여러 성공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콘텐츠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그만큼 탄탄한 콘텐츠가 됐다. 그 시대의 감성과 추억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것과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는 엄청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뉴트로 열풍이 불다가도 쉽게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는 특별한 콘텐츠 없이 인기만 쫓아 곡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의 영향”이라고 꼬집으면서도 “그럼에도 이번 디스코 열풍이 지나가면, 또 다른 뉴트로 콘텐츠 열풍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복고의 유행은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현상으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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