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결과 불투명…자동차 관세폭탄 시행 여부 촉각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11.05 12:24 수정 2020.11.05 12:25

트럼프 재선시 미시적 무역규제 남발 가능성 높아

바이든 당선시 관세폭탄 철회 낙관…트럼프 임기 내 강행 우려도

최대 25% 관세 부과시 현대차·기아차·한국GM 타격

미국 대통령선거의 향방이 불투명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의 일환으로 내세웠던 자동차 산업 무역확장법 232조의 시행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조항을 자동차 산업에 적용해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해 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선거의 향방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의 시행 여부와 관련된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제기되고 있다.


초반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해 보였던 개표 결과는 우편 투표 개표가 시작되자 주요 경합지에서 역전이 이뤄지며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다만 전세가 불리해진 트럼프 캠프가 위스콘신주에 대해 재검표를 요구하고,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개표중단 소송을 제기하면서 최종 당선자 확정까지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


◆"트럼프 재선시 슈퍼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확대해석 적용 가능성"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한동안 미뤄뒀던 보호무역주의 관련 조치 시행을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미 대선에 따른 통상정책 전망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TPP 탈퇴, 한-미 FTA 재협상, NAFTA 재협상 등 굵직한 거시적 수단은 사용을 했기 때문에 재선될 경우 집권 2기에는 슈퍼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의 확대해석 적용 및 무역구제조치 남발 등 미시적 수단에의 의존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든 시점은 2년여 전인 201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당 조항 적용 여부 조사에 나선 미국 상무부는 270일 만인 지난해 2월 17일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검토 기한인 90일을 넘겨서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후 결정일인 5월 18일을 앞두고 “해당 결정을 180일 연기한다”는 포고문을 냈으나, 180일 뒤인 지난해 11월 14일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따른 탄핵 이슈로 궁지에 몰렸고, 대선 준비에 총력을 쏟아야하는 상황이었으며, 대외적으로도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자동차 관세 부과 문제가 후순위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이슈가 바이든 후보 쪽으로 옮겨간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다시 여유를 갖고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할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에 무역확장법 232조 이슈를 재점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관세 부과 조치는 ‘엄포’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매트 브런트 미국자동차정책협의회(AAPC) 회장은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의 화상회의에서 “한국에 대한 관세부과 가능성은 거의 없을 전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에도 현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관세 부과 조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언급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애초에 관련국들과의 무역 협상에 미국이 유리하도록 활용하는 지렛대 역할이었던 만큼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면 굳이 시행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경우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통해 2021년 1월 폐지 예정이었던 미국시장 픽업트럭 관세(25%)를 20년 더 연장했다. 또, 현대차그룹의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 대미투자, 미국 LNG가스에 대한 한국의 수입확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등도 넓은 의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고율관세를 지렛대로 한국으로부터 얻어낸 성과들이다.


◆바이든 당선시에도 트럼프 임기 내 관세폭탄 강행 우려 남아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국제 통상규범 준수를 중시해왔던 기조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매트 브런트 AAPC 회장도 KAMA와의 화상 회의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관세부과 가능성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1월 19일까지 남아 있다는 게 변수다.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그동안 미뤄뒀던 보호무역주의 관련 조치들을 서둘러 시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가 퇴임 직전까지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치들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 예로 고율관세부과, 통상법 301조 적용을 위한 조사개시, 수출규제 등을 꼽았다.


이어 “트럼프가 퇴임 직전까지 이런 조치들을 취해놓고 물러날 경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경우라도 단시일 내에 해결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역확장법 232조가 시행되고 한국에도 적용될 경우, 미국향 수출 물량이 연간 60만대에 달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미국 판매량의 절반 정도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한국GM 역시 주력 수출 시장이 미국인 만큼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이 크다. 올해부터 미국 수출을 개시한 트레일블레이저를 비롯, 기존 스파크와 트랙스 등 주력 수출 차종들의 생산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중·소형 자동차 생산기지로서의 한국GM의 역할을 조정할 수도 있다. 내년부터 한국GM에서 신형 CUV를 생산해 미국 등 세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철회할 수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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