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날개 단 휴젤, 보따리 유통 잡고 승승장구할까
입력 2020.10.27 06:00
수정 2020.10.26 17:26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 중국 허가
미국 유럽 이은 '빅3' 시장 진출 기회 잡아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레티보가 국내 제품 중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가운데, 그동안 보따리상을 통해 음성적으로 형성된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휴젤은 지난 23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레티보의 판매 허가를 승인받았다. 토종 보툴리눔 톡신이 중국에 공식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사실상 음성적인 시장을 통해 보툴리눔 톡신이 수출돼 왔다. 업계에서는 해마다 수백억원대 보툴리눔 톡신 제품 수출이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을 통해 이뤄지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관세청 통관데이터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추정되는 품목(HS코드 3002903090) 수출액은 2017년 686억원에서 2018년 738억원, 2019년 1224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출액은 917억원에 달한다.
미국, 유럽 다음으로 큰 '빅3'… 가능성 무궁무진한 中 시장
2025년까지 1조75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미국, 유럽 다음으로 크다. 하지만 중국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고 판매되는 제품은 앨러간의 보톡스와 중국 란저우연구소의 'BTX-A' 뿐이었다.
인구가 많고 미용성형 시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정식 유통되는 제품은 부족한 탓에 중국 현지에선 보따리상을 통한 불법 유통이 흔하게 이뤄졌다.
앞으로 휴젤이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정식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만큼 중국에서 'K 보톡스' 시대를 열 수 있을 전망이다.
휴젤은 그동안 중국 시장 내 빠른 안착을 위해 현지 병원 의약품 시장 3위 제약사 ‘사환제약’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해 사전 마케팅 작업을 벌여왔다. 1만여 곳의 병원 및 의료기관 등 사환제약이 구축한 광범위한 유통망과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유통 전략을 적극 활용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나선다.
휴젤은 중국의 주요 도시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를 중심으로 각 지역 트렌드를 고려한 맞춤형 마케팅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출시 3년 내 시장 점유율 30%, 시장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불법유통에 대한 감시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진출하게 된 것은 휴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일 것"이라면서 "다만 인구의 1% 정도 밖에 보톡스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휴젤은 지난 2010년 '보툴렉스'라는 제품명으로 국내 시장에 처음 도전장을 냈다.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추산된다.
휴젤은 2017년 중국에서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시험을 통해 미국 앨러간 보톡스에 비해 효과와 안전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휴젤은 이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4월 중국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고, 1년 반 만에 승인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