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020년, 사라진 대면 페스티벌들의 속사정
입력 2020.10.20 01:41
수정 2020.10.20 01:43
끝내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올해 봄부터 진행됐어야 할 대중음악 페스티벌들이 하나 둘, 연기와 취소를 거듭했다. 지난 12일 0시부터 사회적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뒤늦게라도 대면 페스티벌 개최가 예상됐지만, 결국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여파는 대중음악 관계자들에게 무력감을 느끼게 했다.
올해 상반기 계획됐던 페스티벌들은 일찌감치 오프라인 공연을 취소하고, 일부는 가을로 일정을 연기했지만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취소됐다. 지금까지 취소된 굵직한 페스티벌만 해도 ‘썸데이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서울재즈페스티벌’ ‘2020 워터밤 페스티벌’ ‘월드디제이페스티벌’ ‘뷰티풀민트라이프’ ‘힙합플레이야’ 등이다.
오프라인 개최가 어려워지자 온라인으로 방향을 튼 페스티벌도 있다. 지난 4월 ‘해브 어 나이스 데이’는 오프라인 공연은 취소하고, 온라인 무료 중계로 대체했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도 지난 16일과 17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국카스텐, 자우림, 부활, 넬. 새소년과 킹스턴 루디스카 등 쟁쟁한 국내 밴드들이 예년처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 무대에 올랐지만, 관중은 없었다. 기존 3일간 진행되던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온라인 페스티벌로 전환했다. 다만 진행 날짜를 지난 9일부터 25일까지 총 17일간으로 연장했다.
특히 아쉬움을 남긴 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2020’)이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완화되면서 진행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던 ‘GMF2020’마저 취소를 결정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한숨은 더 커졌다. 이 페스티벌을 두고 업계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대면 페스티벌’이라고 입을 모으며 안전하게 공연을 마치길 바랐던 터라, 안타까움이 더 크다. ‘GMF2020’이 성공적인 개최 여부는 ‘코로나 위드’ 시대에 대면 페스티벌의 진행 가능성을 증명하는 역할을 해 줄 거라는 기대였다.
주최사인 민트페이퍼 역시 코로나19 위기 경보 완화에 따라 대면 공연 개최를 약속하면서 방역 매뉴얼이 잘 마련되어 있는 킨텍스로 장소를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애초에 올림픽공원 1일 5000명이라는 인원을 정하면서 어느 정도의 손실은 예상했고, 장소까지 바꾸면서 코로나 시대에 방역과 페스티벌이 공존할 수 있는 대면 공연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개최 확정 이후 티켓 취소를 결정하는 관객들까지 막을 도리는 없었다.
민트페이퍼 관계자는 “장소 이전 이후 GMF로는 낯선 환경(잔디마당의 부재, 물리적인 거리 외)과 변경에 대한 이슈로 인해 기존 예매자의 70% 가까이가 환불을 결정했고, 취소표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온라인 생중계 티켓으로 이어져 말씀드리기 어려운 수준의 부진한 세일즈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결국 행사 취소로 가닥을 잡아야 했던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금전적 손해도 막대하지만, 무엇보다 행사의 연기와 개최 등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되풀이 되는 변화에 아티스트와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
민트페이퍼 관계자는 “정확한 손해액 집계는 아직 해보지 못했지만 기획 초부터 손해액을 따지자면 프로듀서 비용, 제작비, 두 장소에 대한 대관료(올림픽공원, 킨텍스), 아티스트 출연료, 홍보 마케팅 비용, 제작물 등 기본 몇 억대”라면서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공연 연기와 취소를 여러 차례 되풀이 하면서 아티스트와 관계자들이 모두 기운이 빠진 상태고 팬들도 기대 가치가 떨어졌다”고 무력감을 호소했다.
2021년의 페스티벌 시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영세한 공연 기획사의 경우 1년 사업과도 같은 페스티벌이 준비 과정에서 취소되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내년의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또 한편으로는 올해 페스티벌들이 줄줄이 취소된 터라,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우후죽순으로 페스티벌들이 생겨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