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포털 ‘갈등 점화’…네이버 “무임승차” vs 카카오 “사실무근”
입력 2020.09.07 14:22
수정 2020.09.07 14:25
네이버 “카카오가 공동 작업 제안 거절…수십억 들여 독자 구축”
말 아끼는 카카오 “우리가 아는 내용과 달라”…쟁점은 ‘갑질 여부’
양대 포털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네이버는 자사가 수십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에 카카오가 무임승차를 시도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카오는 네이버 측 주장이 ‘사실무근’이며 사건의 본질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자사 부동산 서비스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에게 제공한 부동산 매물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시정 명령과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 사건은 네이버가 카카오를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한 것”이라면서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거래 상대방(부동산114 등)이 경쟁 사업자(카카오)와 함께 사업하는 것을 방해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무임승차 막으려 ‘제3자 제공 금지 조항’ 넣은 것”
네이버에 따르면 공정위가 언급한 ‘네이버가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게 한 매물정보’란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의 ‘확인매물정보’다. 이는 허위 매물을 근절해 이용자에게 정확한 매물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지난 2009년 네이버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다.
회사 측은 “이를 위해 도입 초기,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창의적 노력을 들였고, 이를 인정받아 관련 특허도 2건 확보했다”며 “도입에 앞서 경쟁사들에게 공동 작업을 제안했지만, 해당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부득이 독자적으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확인)매물검증시스템’ 구축 및 유지 보수·업데이트·정책 관리 등을 책임지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이에 대한 운영 업무를 위탁 받아 수행했다.
이런 시스템을 거쳐 확인된 매물 정보는 네이버 부동산과 해당 매물 정보를 제공한 ‘부동산정보업체’ 플랫폼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을 전제로 운영됐다.
네이버는 “부동산정보업체가 KISO에 지급한 검증 비용도 확인매물정보만 등록 가능한 네이버부동산 에 매물을 노출하기 위해 지급한 비용으로, 이는 (확인)매물검증시스템 운영비용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도입 초기 매물 정보 감소와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공인중개사들이 반발하며 매물 등록을 거부해 부동산 서비스 트래픽이 50%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중개사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행착오를 거쳐 (확인)매물검증시스템을 어렵게 정착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그런데 이런 시도와 달리 경쟁사인 카카오에서 네이버의 ‘확인매물정보’를 아무런 비용이나 노력 없이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네이버는 무임승차를 막고 지식재산권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넣게 됐다”고 강조했다.
금지 조항을 넣기 전, 당시 매물검증시스템이 KISO 매물검증센터를 통해 네이버부동산으로 전달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카카오가 확인매물정보를 전달받기 위해서는 KISO 매물검증센터에서 카카오로 전달되는 별도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카카오 측에 전달했지만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배타적 계약 자체가 문제?…시장 지배력 남용 판단 어려워
하지만 카카오는 해당 건과 관련해 말을 아끼면서도 “네이버의 주장처럼 무임승차는 우리가 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문제는 2017년 국정감사 때 처음 공론화됐고 2018년 조사가 시작됐다. 애초에 네이버가 ‘부동산114’ 자신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CP)들에게 “다른 포털에는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며 배타적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이후 네이버는 그해 11월 해당 조항을 삭제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당시 쟁점은 네이버가 CP들에게 타 포털(네이버 경쟁사)과의 계약을 제한했다는 것이었지, 카카오가 무임승차를 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CP들과 계약해 제공받은 정보의 ‘중개자’ 역할로만 볼 것인지, 그 정보를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가공을 거친 노력을 인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네이버가 처음에 CP와 계약을 할 때 정보나 서비스 독점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주고 CP도 그에 대해 동의를 했다면 문제의 여지가 적을 것 같다”며 “인터넷업계 특성상 아직까지 시장 지배력 남용을 판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번 공정위 제재에 대해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