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배달 서비스 시작한 백화점…혹독한 생존 경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9.04 07:00
수정 2020.09.03 17:19

유통업계 온라인서 맛집 유치 경쟁 가속화

현대백화점 이어 갤러리아·롯데백화점도 참전

오프라인→온라인, 시대적 흐름…‘목표는 집객’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백화점도 배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모바일 장보기를 비롯해 배달음식까지 관련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가장 고급 이미지를 지켜왔던 백화점마저 생존을 위한 선택에 나선 셈이다.


백화점은 그동안 명품이나 패션 등을 셀링 포인트로 내세우며 고급화 전략을 이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소비 채널의 무게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고객 눈높이에 맞춰 새벽배송 대열에 합류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신세계·롯데·현대 등 3개 백화점 전체 매출은 지난해 7월보다 2.1% 줄었다. 8월 중순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주요 백화점 매출이 20~30% 수준으로 역신장했다.


반면 백화점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7%에서 올해 11.3%로 성장했다.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도 전체 매출이 3.2% 증가했다. 그중 식품 카테고리는 24.5%나 늘었다.


그간 주요 백화점들은 군산 ‘이성당’, 속초 ‘만석 닭강정’과 같은 전국 맛집을 입점시키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젠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온라인 매장에 맛집을 들이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목표는 집객이다. 오프라인 맛집 매장도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오게 만들려고 한 것이고, 온라인 맛집 매장도 온라인몰에 한 명이라도 더 들어오게 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배송 서비스 선택 아닌 필수”


첫 신호탄을 쏜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전문 식당가나 델리 브랜드 매장에서 바로 조리한 식품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바로투홈’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현대백화점 점포 인근 3km 내 지역 대상으로 원하는 식품을 1시간 내로 배달해준다. 현대백화점은 우선적으로 무역센터점에서 선보이고, 추후 판교점 등 수도권 점포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 식품관 이용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신규 고객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백화점 기반의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이달부터 압구정동 명품관의 식품관 고메이494에서 배달서비스 ‘김집사블랙’을 시작했다. 갤러리아는 고메이494의 강점인 프리미엄 신선식품에 집중하기 위해 상품 장보기(피커) 인력과 배송(집사) 인력을 별도로 구성했다.


가장 주요한 차별화 요소는 바로 ‘컨시어지 서비스’다. 고객은 직원과의 실시간 1:1 채팅을 통해 고기 두께, 굽기 정도까지 요청할 수 있으며, 백화점 외부 약국 방문, 세탁물 픽업 등 필요한 심부름이 있으면 세부사항을 추가로 요청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플랫폼 스타트업 달리자와 제휴를 맺고 롯데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신선식품과 입점 다이닝 브랜드 즉석음식을 배달해주는 ‘롯데백화점 강남점X김집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배달 대상 지역은 롯데백화점 강남점 인근 도곡동과 대치동 내 30여개 아파트 2만 세대다. 배달 품목은 강남점 식품관 신선식품과 입점 식당 29개 업체의 즉석음식이다.


◇ 콧대 높던 백화점, 집 앞 까지 배달 왜?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 사태가 맛집의 온라인화를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실상 올해 내내 이어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의 집객력이 이전보다 더 약화됐고,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온라인몰에 더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여있는 외부에서 식사를 하는 문화가 크게 줄었고, 백화점 내 시식이 사실상 중단된 점도 백화점들이 배달에 고개를 돌리게 하는 데 한 몫 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배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새벽배송을 본격 운영하는 것은 물론, 트렌디한 먹거리 등 백화점식 MD를 지속 강화해 온라인 식품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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