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비상경영에 되살아난 CJ제일제당, ‘슈완스’ 인수는 신의 한 수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9.02 06:00
수정 2020.09.01 18:04

1년 새 차입금‧부채비율 줄고 이익률은 두 배 이상 증가

보유 부동산 매각해 빚 갚고, 수익성 중심 ‘혁신성장’ 주력

‘승자의 저주’에서 ‘전화위복’으로…실적 개선 효자 노릇 톡톡

지난해 10월 비상경영을 선언했던 CJ제일제당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한 때 재무구조 악화의 주범으로 몰렸던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는 실적 개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며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CJ제일제당 2016년부터 생산설비 증설과 잇따른 M&A로 차입금이 늘고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여기에 2018년 말 몸값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미국 냉동식품 생산, 유통업체 슈완스를 인수하면서 재무구조에 비상등이 켜졌다. 결국 작년 10월 CJ제일제당이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이는 CJ그룹 전체에 위기감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비상경영 10개월 만에 이 같은 안팎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수익성 강화에 중점을 둔 ‘혁신성장’에 주력한 결과, 올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히려 실적이 개선을 이뤄냈다.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차입금과 부채비율은 감소했다. 이익률은 1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CJ제일제당의 반기 보고서(연결기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사채 등을 포함한 차입금 규모는 7조859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말 8조4506억원과 비교해 5911억원(-7.0%) 줄었다.


작년 비상경영 선포와 동시에 서울 가양동과 구로공장 부지, 중구 필동 인재원 등을 차례로 매각하며 1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 차입금을 갚아 나간 덕분이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177.2%에서 올 상반기 말 164.1%로 13.1%p 낮아졌다.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어 올 연말에는 150% 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슈완스 인수 등 여파로 한 때 부채비율이 20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재무구조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 때 ‘승자의 저주’로까지 불리며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불렸던 슈완스 인수가 전화위복이 됐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 시장은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도 간편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비비고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한 기존 CJ제일제당 브랜드와 함께 미국에서의 슈완스 매출 성장에 힘입어 상반기 말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해외 식품사업의 경우 내수 성장세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전체적인 성장을 견인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익률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작년 2분기 말 기준 3.2%에서 올 2분기 6.5%로 1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의 평가도 달라졌다. 작년 상반기 차입금 규모가 10조원에 가까워지면서 그해 6월 한국기업평가는 CJ제일제당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올해 6월 한기평은 등급 전망을 다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수익성 강화에 중점을 둔 ‘혁신성장’에 주력한 결과, 글로벌 위기 상황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면서 “핵심 제품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전략적 R&D투자 및 경쟁력 확보를 통해 미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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