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새 당명 '국민의힘' 공개에 정치권 들썩... 이슈몰이 성공
입력 2020.09.01 00:05
수정 2020.09.01 05:15
새 당명 '국민의힘' 낙점…"탈이념적 정당으로 확장"
정치권 관심 집중…'국민의당'과 통합 염두 해석 나와
여권 비판에 설전 벌어져…당내 비판 해결은 과제로
미래통합당이 새로운 당명으로 '국민의힘'을 최종 낙점했다. 파격적이라는 전반적인 평가 속에 정치권도 일제히 반응하면서 이슈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비대위 회의를 열어 '국민의힘'을 새 당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4·15 총선 이후 당에 덧씌워진 고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명 개정 작업을 담당한 김수민 홍보본부장은 "우리 당이 기존 가졌던 고유 자산인 자유, 보수, 한국이란 이미지를 탈피해 탈이념적 정당으로 확장해나갔으면 하는 국민의 갈증과 염원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에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 등의 3가지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보수정당의 당명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던 '국민'이라는 단어가 전면에 들어간 점과 '당'이라는 글자가 정당명에서 빠진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포함된 당명에 대해 "지금은 이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이념적인 측면에서 당명을 얘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느 한 쪽의 이념에 경도되지 않는 실용적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당명 최종 후보군에 함께 올랐던 '한국의당'을 마다한 이유도 기존 보수정당의 당명과 차별점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당의 쇄신을 이뤄내겠다는 비대위 전체의 의지가 담긴 당명"이라고 언급했다.
제1야당의 당명 변신에 정치권의 관심도 일제히 집중됐다. 특히 같은 야권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명칭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향후 통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같은 해석에 국민의당은 일단 선 긋기에 나섰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논리라면 다른 모든 국민이 들어간 당들과도 합당해야 하는 것이냐"며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우리 당처럼 중도정당, 실용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당명 변경과 함께 실제 내용이 변하고 혁신하기를 바란다. 중도 코스프레가 아니길 바랄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이 나와 양당 인사간 공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년 전 자신이 결성했던 시민단체 이름이 '국민의힘'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유감이고 불쾌하다"고 하자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시민단체가 절대권력이거나 '국민'이라는 단어가 시민단체 소유인가, 민주당에서 과거 박정희의 민주공화당과 이름이 겹치니 쓰지 말라고 떼쓰는 것과 똑같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통합당은 새로운 당명이 정치권의 이슈가 되는 현상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초선 시절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을 때도,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변경했을 때도 생경한 당명에 비판의 목소리는 늘 있어왔다"며 "당명이 화제가 될수록 국민들에 다가가는 시간도 앞당겨진다.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부분은 최종적인 당명 개정 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평가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포괄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며 "추구하는 가치적 측면에서 오히려 통합당보다 후퇴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의견을 냈다.
이러한 기류에 통합당은 1일로 예정된 상임전국위원회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수렴할 방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민주 정당에서 당내에 이견이 있다면 지도부가 이를 존중해 사려 깊게 들어보고 설득하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며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