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20W 고속충전폰 내놓는데…삼성·LG는?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0.08.13 06:00
수정 2020.08.12 20:49

고속충전 시 ‘발열·가스 발생’ 등 안전 문제 뒤따라

업계 “숫자 경쟁보단 ‘배터리 효율’ 높이는 데 집중”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고속충전 숫자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샤오미, 오포 등은 120와트(W) 고속충전폰을 선보이며 빠른 속도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은 신중한 태도다. 고속충전에는 ‘발열’과 ‘가스 발생’ 등 안전성 문제가 필연적으로 따라붙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는 과열 시 폭발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전날 플래그십 스마트폰 ‘미10 울트라’를 발표하면서 스마트폰 최초로 120W 유선 고속충전을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3분 만에 4500밀리암페어시(mAh) 배터리를 100% 충전할 수 있고, 5분이면 41%를 충전할 수 있다.


중국 오포도 지난달 15일 125W 고속충전 기술을 발표했다. 5분 내 4000mAh 배터리를 41% 충전할 수 있고 20분 내 완충 가능하다. 온도 센서를 14개 추가로 사용해 충전 과정에서 온도도 섭씨 40도를 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 외 주요 제조업체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는 가장 최신작인 ‘갤럭시노트20’에 25W 고속충전을 적용했다. LG전자가 출시한 ‘LG 벨벳’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이보다 더 낮은 18W 고속충전을 지원한다.


◆전문가 “1%도 사고 발생 확률 높아져선 안 돼”


숫자만 놓고 보면 중국 업체들보다 상당히 뒤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사용자 안전성과 직결되는 배터리 충전 기능을 두고 숫자 경쟁을 벌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김영준 성균관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충전 속도 상향은 현재 기술로도 할 수 있지만, 발열과 가스 발생 위험이 반드시 뒤따라온다”며 “안전성은 1000만개의 제품 중 단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는 것인데, 속도를 높이면 위험도도 함께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45W 충전이 1시간 동안 배터리를 완충하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120W는 이에 걸리는 시간을 3분의 1로 단축하는 것으로 문제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급속 충전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셀 내부 충전 상태가 높아질수록 전해 반응이 일어나면서 액체가 분해돼 가스가 발생한다. 이 가스 자체가 몸에 해로운 성분은 아니지만, 고속충전 시 가스 발생 속도가 빨라져 셀이 점점 뚱뚱해지고 최악의 경우 폭발하는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사용자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용자들은 온도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제품을 사용한다”며 “이 경우 사고가 일어날 확률 역시 높아지기 때문에 배터리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전속도 높아질수록 배터리에 치명적…“높은 숫자 의미 없어”


급속충전 속도가 올라갈수록 배터리 수명에도 치명적이다. 김 교수는 “충전 속도를 높이려면 기술적으로 전기 설계를 바꿔야 하는데 이 경우 사용 시간이 짧아지는 단점이 있다”며 “따라서 충전에 걸리는 시간보다는 배터리 효율을 높여 한번 충전으로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날 스마트폰 소비전력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신기술은 사용 환경에 따라 디스플레이 주사율(초당 프레임 수)을 자동 조절해 전체 소비전력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스마트폰 대비 패널 구동 전력을 최대 22% 낮출 수 있다. 이 기술은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워낙 치열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화소 경쟁을 하다가 이제는 배터리로 넘어온 상태”라며 “단순한 숫자 경쟁은 의미가 없고,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에는 어디서나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한 환경이라 25W 고속충전으로도 1시간 충전하면 종일 사용하는 데 거의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며 “현재는 사용자 요구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김은경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