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추경 안돼”…정치권 포퓰리즘에 다시 총대 맨 경제부총리
입력 2020.08.11 13:37
수정 2020.08.11 13:38
내년 예산·코로나·국감...4차 추경 편성 첩첩산중
예비비로 2조6000억원으로 충분...4차 추경 저지 '배수의 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목소리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사실상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현재 2조6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예비비를 활용하고 시설 보수는 내년 예산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 기자감담회에서도 4차 추경보다 ‘예비비’를 강조했다. 그는 “1차와 3차 두 차례 추경으로 목적예비비를 충분히 확보해뒀다”며 “극단적으로 제방·다리 등 복구는 1년 넘게 걸릴 수도 있는 만큼 필요한 예산을 내년에 확보해도 큰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정치권 선심형 포퓰리즘에 공직자들이 끌려가는 모양새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태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부처는 4차 추경 편성 여력도, 시간도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통상 8월부터 다음해 예산 편성으로 휴가도 반납하고 철야근무에 돌입하는 시기다. 여기에 코로나 정국도 진행형이다. 10월에는 국정감사까지 겹쳐 4차 추경 편성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정부 내부의 시각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차 추경까지 단행한 탓에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1일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실제 세수는 11조4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대 재해 추경편성으로 볼 때 4차 추경은 2~4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정부로서는 올해 세출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부담스러운 금액인 셈이다.
당장 다음달 3일이 법적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이다. 이미 기재부 예산실은 상반기 세 차례 추경 편성으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여기에 정치권의 ‘관료패싱’이 심해지면서 직원들 사기도 크게 위축됐다.
올해 기재부 국정감사는 이슈가 넘친다.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성장, 부동산대책, 증세, 세차례 추경 효과 등 산적해 있다. 정치권에서 자료요구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기재부 내부는 벌써부터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홍 부총리의 4차 추경 반대 목소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3차 추경 당시 여당에서 제기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한 차례 대립각을 세웠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발언은 자진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4차 추경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단 한 번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지 않았다. 이전 1~3차 추경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다소 완화적인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추경을 쉽게 생각하는 정치권에 대한 일침을 던졌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정치권이 사태파악 없이 무작정 국가재정을 써야 한다는 안일한 태도를 애둘러 표현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3차 추경을 23조원가량 적자국채로 마련했는데 더 이상 끌어 쓸 여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올해 적자국채 규모는 이미 97조6000억원에 달한다. 4차 추경으로 3조원을 더 발행하면 사상 초유의 100억원대 적자국채를 떠 안게 되는 것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국가 재정이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매우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