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제약, ITC 예비판결문 놓고 격돌… 소모전 심화
입력 2020.08.11 07:00
수정 2020.08.10 18:00
"추론에 기반한 편향과 왜곡의 극치" vs "과학적 증거로 균주 도용 입증한 것"
11월 최종판결 나올 예정… 예비판결 뒤집힐 가능성 적을 것으로 전망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제제(보톡스) 균주 출처를 둘러싼 갈등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문 공개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11월이면 최종판결이 나오는 만큼 양사 모두 소모전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툴리눔 균주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성형 시술에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지난 2017년부터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생산 공정을 훔쳐 갔다고 보고, 대웅제약은 균주를 토양에서 발견해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게 갈등의 핵심이다.
ITC 행정판사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예비판결했다.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도용했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어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제제 '나보타'에 대해 10년 수입금지 명령을 권고했다. 나보타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경쟁의 결과물인 만큼 시장에서 배척하겠다는 뜻이다.
ITC는 예비판결한지 한 달 만인 이달 6일(현지시간) ITC 판결문을 공개했다. 그러자 대웅제약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ITC 예비판결은)편향과 왜곡의 극치이며, 구체적인 증거 없이 추론에 기반을 둔 결론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디톡스에서 근무했던 이모씨가 대웅제약을 위해 영업비밀을 유용했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으며, 메디톡스 균주가 언제 어떻게 절취됐는지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음을 행정판사도 인정한 것이라는 게 대웅제약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메디톡스 측은 "ITC는 두 회사가 제출한 방대한 자료와 관련자의 증언, 전문가들의 균주 DNA 분석 결과를 상세히 제시했다"며 "ITC가 확실한 증거도 없이 메디톡스 측의 일방적 주장만을 토대로 영업비밀 도용을 추론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터무니없음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ITC가 공개한 결정문은 영문으로 27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대웅제약은 즉각 이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웅제약 측은 증인 심문과정에서 메디톡스가 자문료를 지불하고 고용한 카임 박사조차 “균주 동일성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6개의 공통 SNP 정보만으로는 대웅의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인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분석으로는 균주 도용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사실 계통도 분석은 상대적인 유전적 거리에 기초한 것일 뿐, 특정 균주에 있는 돌연변이가 전세계에서 그것에만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기에 유전자 분석만으로 균주간의 직접적 유래성은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ITC에 제출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면 진실은 쉽게 가려질 것”이라며 “메디톡스는 더 이상 영업비밀의 핑계 뒤에 숨지 말고 모든 자료를 제한 없이 공개하라. 모든 것이 떳떳하다면 그렇게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엘러간 균주의 유전자 분석과 메디톡스 균주의 동일성 검증이 포함된 제대로 된 포자 감정시험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과학적인 증거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이미 모든 것을 공개했지 않느냐"면서 "ITC에서는 과학적 증거와 사실만으로 예비판결을 한 것이고 최종판결에서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ITC 최종판결은 오는 11월이다. ITC는 예비판결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 수정, 인용 등 나보타 수입금지에 대해 최종판결을 내린다. 이후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