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일 줄이야… 노골적 야당 패싱에 등장하는 '국회 무용론'
입력 2020.07.30 00:00
수정 2020.07.30 08:15
야당과 합의 없이 법안·청문보고서 잇따라 단독 통과
"소수 의견 존중 결여된 민주주의가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
"의회민주주의 파괴된 행위…민심 이반 현상 나타날 것"
176석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독주가 현실화된 모양새다. 야당과의 합의·협치는 사라진 노골적 '야당 패싱' 시대의 개막에 '국회 무용론'이 등장하고 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민주당과 범여권 소속 법사위원들은 제1야당 미래통합당과의 합의 없이 '임대차 3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통합당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최근 가장 큰 정국 이슈였던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인사청문회서도 민주당의 야당 패싱은 반복됐다. 이인영 장관과 박지원 원장을 향해 제기된 각종 논란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합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자 민주당이 단독으로 채택을 강행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신속하게 임명을 재가했다.
이날 통합당 복수의 관계자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이럴 거면 국회가 뭐하러 있는가"라는 표현을 거듭했다. 원내에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이러한 독주를 저지할 방도가 없다 보니 지도부 차원에서 '장외 투쟁'에 나설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한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토론과 타협을 중요시하는 성숙한 정치 문화가 결여된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하고 무서운 제도인지 우리가 생생하게 확인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독주를 가능케 하는) 여러 제도와 절차들이 '다수의 횡포'를 휘두르는 데 있어 유용한 무기로 전락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작금의 국회 현실을 평가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통화에서 민주당의 독주를 '의회민주주의가 파괴된 행위'로 규정하며 "176석이라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고, 결국 '내 맘대로 국회'를 만들 작정인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여러 법안들을 야당 눈치 보지 않고 모두 처리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장 소장은 "이 모든 것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승리의 맛을 봤으니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다 이런 식으로 처리할 텐데, 국민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고 분명 '해도 해도 너무하네'라고 느낄 것이다. 민심의 이반 현상이 언젠가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통합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민주당에 안겨준 선택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앞서 통합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 인사가 맡는 국회의 오랜 관행을 깨고 법사위원장 자리를 고집한 민주당의 행보에 반발해 상임위원장 전체와 국회부의장 자리를 모두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어차피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통합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예를 들어 오늘 통과된 '임대차 3법'의 담당 상임위였던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 우리 당 몫이었다면, 어느 정도 시간을 지연시킬 수는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어차피 상임위원 다수를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상정과 표결을 밀어붙였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합당은 30일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께서 국회 상황을 똑바로 봐주시고 민주당의 폭거와 횡포를 제발 저지해주시기 바란다"며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되 장외투쟁 방법들은 구체적으로 더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