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재도약, 불법파견 악재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20.07.22 10:48
수정 2020.07.22 11:03
사측 "2013년 이후 고용부 지침 따랐는데 불법파견 혐의 억울"
부도 위기로 3000명 내보냈는데…다시 수천명 고용해야 할 판
2018년 발표한 재도약 청사진, 고정비 급증으로 무산될 수도
2018년 부도 위기를 딛고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출시를 계기로 재도약에 나선 한국GM이 큰 난관에 봉착했다. 카허 카젬 사장 등 임직원 5명이 근로자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데다, 대규모 하도급 인원의 직접 채용을 강제당할 경우 그동안 진행해 왔던 인력 구조조정이 모두 허사가 될 형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지검 공공수사부(이희동 부장검사)와 창원지검 형사4부(장윤태 부장검사) 등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카젬 사장 등 한국GM 임원 5명과 협력업체 운영자 23명 등 2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한국GM은 2017년 8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한국GM 인천 부평·경남 창원·전북 군산공장에서 24개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 1719명을 불법 파견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한국GM 공장에서 맡은 업무가 관련법상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차체 제작, 도장, 조립 등 ‘직접 생산 공정’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회사측은 정부의 도급운영 지침대로 이행했는데 이제 와서 불법 파견으로 기소된 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2013년 고용노동부에서 본사 공장들에 대한 현장 실사를 한 뒤 합법적 도급운영이라는 행정적 판단을 내렸고, 그 뒤로 법률이 바뀌거나 행정지침이 바뀐 게 없다”면서 “그동안 고용부의 지침을 신뢰하고 도급운영을 해왔는데, 이제 와서 불법파견이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리적 판단 여부를 떠나 한국GM측이 패소할 경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잇따라 대규모 파견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된다는 점이다.
한국GM은 지난 2018년 심각한 경영난으로 부도 위기에 내몰려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도 희망퇴직을 진행해 3000명가량을 구조조정한 바 있다.
당시 한국GM의 최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GM의 재도약을 위한 자금지원 및 물량배정의 전제조건으로 감원과 각종 비용절감 등 자구노력을 요구했었다.
GM이 한국GM에 배정키로 한 글로벌 신차 2종 중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는 이미 올해 초부터 생산에 착수해 국내판매 및 미국으로의 수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재도약의 또 다른 퍼즐인 신형 CUV는 2022년 말에나 생산이 가능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 명의 파견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채용될 경우 한국GM의 재도약 청사진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파견 근로자들은 우리가 직접 관리하는 인원이 아니니 인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제(21일) 불법 파견 인원으로 언급된 1700명 외에도 비정규직 노조에서 2, 3차 파견직원까지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 (직접고용을 강제당하는) 인원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2018년 폐쇄한 군산공장의 근로자가 1800명이었는데, 이보다 많은 인원의 직접 고용은 공장을 하나 새로 지어 가동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직접고용을 강제당할 경우 리스크는 엄청 커진다”면서 “사실상 기업하지 말란 소리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