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상법개정안 반대 의견서 제출 “기업 경영권 크게 훼손”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입력 2020.07.19 11:00
수정 2020.07.18 17:59

거대 외국자본에 경영권 위협 등 심각한 결과 초래 가능

다중대표소송 도입 시 상장회사 소송 리스크 3.9배 상승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국내 대표 경제단체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과도한 규제로 기업의 경영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고 투가 자본이 악용해 경영권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경총·중기중앙회·중견련·상장협·코스닥협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 17일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 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경제계 공동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1일 소수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상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감사 선임시 주주총회 결의요건 완화 ▲배당기준일 규정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재계와 경영학계에서는 소수주주의 권한 강화 이외에 외국 자본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기업 혁신 저해…“독립적 법인격 무시한 처사”


공동 의견서를 제출한 경제계 6개 단체 역시 비슷한 시각으로 상법개정안을 보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등 상법개정안의 핵심 사안들이 기업 흔들기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반대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쟁점 중 하나인 다중대표소송제도에 대해서는 현행 상법체계와 개정안 간의 법리적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행 상법상 출자자의 구성을 고려해 자회사에도 독립적인 법인격을 인정하고 있는데 모회사 주주의 소송이 이를 완전히 부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다. 자회사 지분율 50% 이상을 보유한 모회사 주주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다중대표소송을 통해 제소 가능한 금액은 311억원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자회사에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잦은 소송으로 인해 기업의 혁신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미국 23개주에서는 지난 1989년부터 2005년까지 '다중대표소송을 어렵게 하는 법률(Universal Demand Law·UD법)'을 도입한 이후 외부투자자의 경영개입 가능성이 줄어들어 들면서 오히려 질적으로 우수한 신기술 특허출원이 증가하는 등 기업 혁신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들은 의견서를 통해 “상장모회사의 소수주주권 요건을 토대로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위협소송 등이 가능하다”며 “상장회사의 경우 소송 리스크가 3.9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축소 등 ‘규제 풍선효과’ 우려…“경직적 운영 불가피”


감사위원 분리선출 역시 기관투자자에게 감사위원 선임권을 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봤다. 현재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것이 허용된 상황에서 감사위원까지 선임할 기회를 주는 것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해치고 자칫 시장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임의 경우 악용될 경우 이사회 장악을 통한 기업경영 간섭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3% 초과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다른 주주의 국가별·펀드별 소유권을 분리하고 감사위원인 이사의 분리 선임 의무화가 함께 적용되는 규제 격차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경제단체들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감사위원의 축소와 상근감사제도로의 전환 영향으로 ‘규제 풍선효과’가 발생한다"며 "감사제도의 경직적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의 선택적 운용 명문화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상황이 아님에도 부정한 목적으로 행사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한 경영위협 등 주주권 남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사전적 규제수단 마련이 필요하다며 보완을 촉구했다.


반면 감사 선임 시 주총 결의요건 조건부 완화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지만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의결권 행사제도 다양화 등 의결정족수 충족을 위한 회사의 노력을 조건으로 감사(위원) 선임의 결의요건을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점에서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이건엄 기자 (lk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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