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없는 정부부처 공급 엇박자..그린벨트 반전카드도 “글쎄”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0.07.17 05:00
수정 2020.07.16 16:19

공급 충분하다는 국토부장관 김현미, 그린벨트 풀겠다는 국토부

그린벨트 풀어도 5000~6000가구 공급 불과...“집값 안잡혀”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대책 당정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연일 ‘수도권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결국 서울지역 ‘그린벨트 해제’ 방향으로 백기를 들었다.


국토부는 본래 ‘그린벨트 해제 불가’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여당이 그린벨트 해제 기조를 강하게 몰아붙이자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주택 인허가권이 있는 서울시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끝까지 반대하는 것과 더욱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의 주무부서인 국토부가 줏대도 계획도 없는 정책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5일에는 부동산 공급대책과 관련한 당정협의회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기재부·국토부·서울시·경기도·인천시의 실무기획단 협의가 연달아 개최됐다. 이 회의들에서 여당과 기재부·국토부는 서울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현미 장관 “수도권 주택 공급 충분”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그린벨트 문제를 비롯해 주택공급문제와 관련해 오락가락한 모습이었다. 불과 지난 14일에도 김현미 장관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서울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며 “서울에서 연간 4만가구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고, 2022년까지 입주 물량도 지난 10년 평균보다 35% 많다”고 말했다.


15일 당정협의회에서 역시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36만호를 포함해 모두 77만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라면서 "향후 3년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과거 10년보다 44% 많다"고 말했다.


◆국토부 “다양한 공급 대책 마련 중, 그린벨트도 검토”


김 장관 발언에 따르면 수도권 공급 대책은 필요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토부는 다양한 공급대책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연일 발표했다. 국토부 내부에서 조차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는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 ▲공공 재개발·재건축 방식으로 사업시행 시, 도시규제 완화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 및 분양아파트 공급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등 활용 등을 제시했다.


공급대책에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포함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게다가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그린벨트에 대해 ‘같은 날’ 오전과 오후 상반되는 발언을 했다.


박 차관은 지난 1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린벨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실무기획단 모두발언에서는 “첫 회의를 기점으로 지난 7·10대책에서 제시했던 도심 고밀 개발, 유휴 부지 활용, 공공관리 재건축‧재개발 등 다섯 가지 방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도시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당국자, 부처간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외부로 표출되는 의견이 지금처럼 지속되는 것은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뒤흔드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공급대책 반전카드 될까?..전문가들 “글쎄”


그린벨트를 포함한 공급대책 문제는 결국 ‘집값이 떨어지느냐’의 여부다. 전문가들은 그린벨트를 해제해도 집값이 잡히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책임연구원은 “그린벨트 해제로로 집값이 잡힐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정부가 소유권을 보유한 채로 임대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분양이나 분양전환의 형태로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이전 MB 정부의 반값아파트 사례처럼 결국 소수의 청약당첨자들에게 시세차익을 몰아주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강남의 그린벨트 부지에 공급할 수 있는 가구수는 5000~6000가구에 불과할 것”이라며 “1만 가구도 안되는 공급으로는 공급대책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재건축·재개발을 허용하거나 노후화 된 1기 신도시를 보완해 공급대책을 내놓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주택수요가 왕성한 30대들은 직장에서 가까운 도심권에 아파트를 원해 직주근접형수요를 충족하는 아파트를 짓는다면 공급확대효과가 있겠으나, 환경훼손논란이 큰 만큼 국가전체 공익이 큰 쪽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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