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시장 수익 ‘뚝’…시중은행, 공모펀드·방카로 눈돌린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0.07.01 06:00
수정 2020.06.30 21:18

5대 은행 공모펀드 잔액 64조151억원…한달 새 2.8%↑

방카 판매도 증가세…“사모펀드 불신으로 수요 늘어나”

시중은행들이 공모펀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시중은행들이 공모펀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 등으로 금융투자상품 판매가 위축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맞물리면서 자산관리(WM) 시장 수익이 감소하자 대안으로 공모펀드와 방카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공모펀드 잔액은 64조15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2조4105억원) 대비 2.8% 증가한 규모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11조1309억원에서 11조5926억원으로 4.1% 늘면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KB국민은행은 15조6040억원에서 16조2134억원으로 3.9% 상승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3.1%, 2.4% 올랐다.


반면 이 기간 이들 은행의 사모펀드 잔액은 17조8545억원에서 17조629억원으로 4.4% 감소했다.


은행들의 방카 판매 수수료도 증가 추세다. 이들 5개 은행의 올 1분기 방카 판매 수수료는 843억원으로 1년 전(759억원)과 비교해 11.1%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작년 1분기 140억원에서 올 1분기 220억원으로 57.1%나 급증했다. NH농협은행 역시 같은 기간 142억원에서 161억원으로 13.4% 뛰었다.


DLF,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따른 풍선효과로 공모펀드와 방카에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잔고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공모펀드는 사모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해 외면당했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의혹, 환매 중단 등으로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모펀드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도 지난해 11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이 상대적으로 투자자보호 장치가 잘 갖춰진 공모펀드 중심 판매 채널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초저금리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은행권의 수익 악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공모펀드와 방카 등을 중심으로 한 비이자이익을 확대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5개 시중은행의 올 1분기 비이자이익은 4367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5%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공모 주가지수연계펀드(ELF) 등의 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고객 수익중심 방카 상품 판매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 수익률 중심의 안정적인 공모펀드를 론칭하고 금리하락기에 안정적으로 고객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카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부문인 WM 등에서 전략적인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역시 시장변화에 따른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고객 수익률을 높이고 충실한 사후 관리를 하는 등 고객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안정성을 강화한 ELT 상품 공급 및 실물자산(채권, 부동산 등) 관련 상품 개발을 통해 투자상품 시장 위축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혁신금융 지원 및 오픈뱅킹, 빅데이터 등 규제 변화에도 적극 대응해 기업과 리테일의 신시장을 발굴해나갈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뿐 아니라 고객들도 사모펀드를 취급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공모펀드나 방카 등 다른 자산관리 상품을 통해 비이자이익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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