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사례 물어도' 때묻은 강정호, 아직 때가 아니다
입력 2020.06.24 00:00
수정 2020.06.24 07:25
수 차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기자회견
봉사활동 및 자숙 등으로 거부감 걷어낸 뒤 했어야
때묻은 강정호(33)에게 기자회견은 아직 때가 아니었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개 숙인 강정호는 수차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연단에 서 고개를 숙인 뒤 먼저 준비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간 강정호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모든 팬들에게 엎드려 사과해야 한다”며 “야구팬뿐만 아니라 저로 인해 다시 한 번 피해 사실을 떠올려 괴로우셔야 했던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분들에게 진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또 “어릴 때 야구만 잘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실력으로 보여드리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 여부를 떠나 향후 계획에 대한 약속도 밝혔다. 첫 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를 돕는 데 기부하고,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 참여 및 기부 활동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사과와 유소년 재능기부 등을 강조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음주운전으로 은퇴한 박한이(41·전 삼성) 사례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영구결번을 예약했던 박한이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였음에도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나자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성대한 은퇴식 대신 초라한 퇴장 수순을 밟았다.
강정호는 박한이 사례 질문에 "많은 생각을 해보진 않았지만 형평성에 대해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KBO리그 동료분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수 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형평성에 대해 강정호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내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게 강정호의 현실이다. 그만큼 죗값이 크다는 의미다. 박한이 보다 죄가 무거운 강정호가 ‘특혜’를 받아 빠르게 KBO리그에 복귀한다면, 다른 구성원들의 동요가 커질 수 있다.
“이기적이어서 죄송하다”는 강정호의 말만 떠오를 뿐이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은 말들이라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웠다. 일부 팬들은 “기자회견을 한다는 자체가 맞지 않다”고 말한다. 봉사활동을 하며 좀 더 자숙하고, 거부감을 걷어낸 뒤 ‘강정호 얘기를 들어보자’는 여론이 형성될 때 하는 것이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강정호가 KBO리그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원 소속구단 키움이 임의탈퇴 해제 신청을 하고 선수 등록을 해야 한다. 이후 1년이 경과해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 키움 히어로즈가 강정호 기자회견 후 어떤 생각을 갖게 됐는지 깊은 속이야 알 수 없지만 야구팬들은 물론 야구에 큰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자회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