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러셀!’ 모터 뺀 키움, 진짜 모터로 V1 희망 키움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6.22 15:15
수정 2020.06.22 19:20

2016 시카고컵스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러셀 영입

국가대표급 내야에 모터 대신 불러온 승부수

그 러셀이 맞다.


‘쉼터’라는 조롱 섞인 별명까지 붙었던 테일러 모터(31)를 퇴출한 키움 히어로즈가 이번에는 ‘진짜 모터’로 불리는 애디슨 러셀(26)을 품는다.


키움 히어로즈는 20일 “러셀과 총액 53만 달러(약 6억4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대체 외국인 선수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월 10만 달러가 최대치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오클랜드ㆍ전체 11순위)됐던 러셀의 지난해 연봉(340만 달러)에 비하면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규정 내에서는 최대 액수를 지급하는 셈이다.


단순 비교했을 때, 모터에 비하면 5배다. 러셀은 비자 발급 문제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에 따른 2주 자가격리 등으로 7월 말에나 출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4개월 정도만 뛰는데 키움으로서는 큰 투자다.


통산 타율 0.242(1987타수 480안타) 60홈런 OPS 0.704로 빅리그에서는 수비형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KBO리그에서는 장타를 기대할 만한 파워를 지녔다.


키움이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류현진(33·토론토) 전 동료 야시엘 푸이그(30)가 국내 팬들에게는 더 친숙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러셀의 인지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러셀은 시카고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깨고 2016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했다.


당시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러셀은 LA다저스와의 NL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는 조 블렌튼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벼랑 끝에 몰린 클리블랜드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는 만루홈런으로 팀을 7차전으로 이끌었다.


2018년 MLB 사무국으로부터 4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후 컵스도 방출을 통보했다. 푸이그와 마찬가지로 소속팀이 없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KBO리그에서 지금 보기는 어려운 외국인 타자다.


러셀은 지난해 빅리그 82경기 9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베럴 타구 비율이나 타구 속도에서도 커리어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러셀은 22일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말문을 열며 "한국 야구 스타일이 미국 야구와도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현재 몸 상태는 최상이다. 운동도 꾸준히 자신 있게 하고 있다. 수준 높은 경기를 뛸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소개했다.


러셀의 KBO리그 선택은 코로나19로 인해 개막도 하지 못한 MLB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프로야구가 열리고 있는 한국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작동으로 해석된다.


키움의 내야는 1루수 박병호, 2루수 서건창, 유격수 김하성까지 국가대표급 자원들로 채워져 있는데 여기에 동기부여까지 확실한 러셀까지 가세한다. 러셀이 3루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5시즌 빅리그 경력에서 유격수와 2루수로 대부분 뛰었다. 현재로서는 김하성이 3루로 이동하고, 러셀이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뛰는 그림이 더 맞아 보인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키움이 이번에는 진짜 모터를 달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MLB에서의 커리어가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강한 외국인타자를 간절히 바라는 키움 입장에서는 천군만마와 같다. 공격에서 늘 약간의 부족함으로 인해 고비를 넘지 못했던 키움이다.


최근 4연승을 질주한 키움(25승17패)은 공동 2위 LG-두산에 반 게임 뒤진 4위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2위로 올라설 수 있는 위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키움은 2020시즌을 V1의 적기로 보고 있다. 김하성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해외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고, 박병호-서건창은 FA로 풀린다.


올 시즌 사실상 외국인타자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러셀의 영입은 승부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7월경 복귀하는 ‘에이스’ 브리검까지 장착하면, V1을 향한 키움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데 기여한 러셀을 잡은 키움이 우승에 대한 희망을 키운 것은 확실해 보인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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