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앞 현실 장벽…한화 이글스 미래는?
입력 2020.06.22 06:00
수정 2020.06.22 07:08
2000년대 들어 두 차례 리빌딩 시도 모두 실패
베테랑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 필요한 시점
개막 후 한 달간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한화 이글스가 이제 구단의 미래를 위한 결단을 해야 한다.
한화는 지난 14일 두산전에서 지긋지긋했던 18연패 사슬을 끊었다. 하지만 KBO리그 역대 최다 연패 타이라는 불명예 주홍글씨가 새겨졌고 구단 측은 곧바로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한화 구단은 곧바로 성명을 통해 “팬 여러분의 응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최근 계속 되는 연패와 무기력한 경기로 허탈감과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현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빠른 시일 내 팀의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과 쇄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면서 “뼈를 깎는 각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는 연패 기간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무엇보다 얇은 선수층의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난감할 정도다.
구단이 밝혔듯 팀의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는 사실상 리빌딩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한화는 2010년대 중반, FA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며 정근우와 이용규, 송은범, 배영수, 권혁 등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 나선 바 있다.
즉시 전력감 영입은 한용덕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18년 포스트시즌 진출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 필수적으로 행해져야 했던 리빌딩이 지지부진했고 결국 감독 사퇴와 최다 연패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사실 2000년대 들어 한화는 총 두 차례 리빌딩 기회가 있었다. 2000년대 중후반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 팀의 레전드들이 은퇴했던 시기, 그리고 FA 영입을 멈춘 후 한용덕 감독을 임명했을 때다.
그러나 한화는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 현실을 택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류현진의 등장으로 신인 육성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과 환상, 2018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따른 높아진 눈높이 등은 한화의 리빌딩을 가로 막은 요소들이다.
메이저리그 스몰마켓팀들이 추구하는 전면적 리빌딩도 KBO리그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KBO리그 팀들은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야구단을 운영한다. 또한 모그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구단 수뇌부는 당장의 성적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한화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팀들이 안고 있는 숙제이자 문제점이다.
원활하지 않은 선수 수급도 대대적인 리빌딩을 가로막는 요인들이다. KBO리그는 타 리그에 비해 트레이드에 적극적이지 않고 주력 선수들을 내주더라도 전도유망한 유망주를 받아오기 쉽지 않다. 또한 FA 계약과 관련해 신인지명권이 오갈 수도 없다.
사실상 한화의 선택지는 과거에도 그랬듯 현재 성적을 어느 정도 내면서 미래에 투자하는 일뿐이다. 그래도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을 수 있다는 부분은 희망적이다.
한화는 리빌딩을 천명하면서 베테랑들에 대한 의리도 잊지 않는 우를 범했다. 리빌딩은 나이 많은 선수를 내쳐야 하는 게 아니다. 이들의 기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새 얼굴들과 조화롭게 팀을 만든 뒤 자연스럽게 바통을 주고받으면 된다. 객관적인 성찰이 요구되는 한화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