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팜 업은 SK, '테슬라 대장주‘도 제치나
입력 2020.06.17 05:00
수정 2020.06.17 05:44
자회사 상장 효과로 시총 3개월만에 10조원↑...2배 넘게 증가
“초기 기업가치 예상 크게 뛰어넘을 것...SK에 수급 개선 기회”
SK바이오팜 상장 기대로 지주사인 SK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순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SK가 시총 톱10의 안착을 노리며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주’인 삼성SDI 등을 제칠 수 있을 지에도 시장의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SK에 대한 투자심리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는 전장 대비 0.99% 오른 30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26만원대였던 SK 주가는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3월19일 10만2500원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SK바이오팜 상장을 앞두고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 15일에는 8.96% 상승한 30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SK가 종가 기준으로 3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8년 5월 24일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SK가 지분율 100%를 갖고 있는 자회사 SK바이오팜은 지난달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2일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약·바이오 초대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상장 인수단을 맡은 SK증권도 최근 이틀 연속 20% 넘게 급등하는 등 그룹 관련주 전반이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SK는 13일 삼성물산과 현대차를 제치고 9위(보통주 기준)까지 한걸음에 뛰어올랐다. 이날 기준 SK 시총은 21조6006억으로 국내 증시 반등장 속 상위 종목들의 활약에 다시 두 계단 내려온 11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3월 16일(10조2374억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3개월 만에 10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시총 10위 현대차(21조6873)와는 867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9위인 카카오(23조0054억원), 8위 삼성물산(23조1739억원)과도 근소한 차이다.
시장은 시총 8위와 7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SDI(25조82108억원)와 LG화학(34조4137)과의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을 보내고 있다. 국내 2차전지 대표 업체인 두 종목은 올해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가 급등에 따라 순항하고 있다.
증권가는 SK바이오팜의 성장성이 SK 주가의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지분가치는 최소 6조원 이상으로 예상되지만 공모가 밴드 기준 기업 가치는 3조8000억원가량이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관투자자 배정주식수는 15% 수준이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들의 확약물량까지 고려하면 상장 직후 실질 유통주식수 비율은 5~10%에 불과하다”면서 “수급 특수성으로 상장 초기 기업가치는 우리의 예상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또 2개의 신약 미 식품의약처(FDA) 허가 완료로 바이오텍 기업으로는 한 고비를 넘겼고, 신약 출시 초기로 상장 후 성공적인 신약 라이프사이클 확인을 통해 기업가치 레벨업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지주회사의 우량 비상장 자회사가 상장할 지주회사 주식을 매도, 상장하는 자회사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과거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이후 주가 급등을 통해 학습됐다는 이유에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 상장시에도 이러한 논리가 작용할 경우 SK에 대한 센티멘트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이후의 학습 효과를 감안하면 이번 SK바이오팜 상장은 SK에게 상당한 수급 개선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 연구원은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주가가 어느 정도 적정 밸류 수준으로 상승할 때까지 SK에 대한 투자심리는 계속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오·배터리·비대면의 증시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 주도주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시장 조정과 연말 코로나19 2차 유행에 따른 2차전지 섹터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차 경제 충격과 이에 따른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염두에 둬야할 것은 2021년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며 “국가별로 강화되는 전기차 지원 정책 및 자동차 완성차 제조사(OEM)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테슬라의 초격차전략, 전기차 침투율 3% 미만인 상황에서 클래식 OEM 진영과 테슬라 간 경쟁이 유발하는 배터리 수요 증가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