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때문에…" 여권서 눈엣가시 된 한미 워킹그룹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입력 2020.06.16 00:10
수정 2020.06.16 04:33

교착상태 빠진 남북관계의 원인으로 지목돼

홍익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 만들어"

문정인 "미주알고주알 미국 승인 받는 행태"

정세현 "미국에 고함 칠 용기 없음 진척 없어"

여권 일각에서 한미 워킹그룹을 해체하고 독자적 남북협력을 추진해 미국의 반대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이 군사도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 워킹그룹을 '옥상옥'이라고 표현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놨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북한과 실질적 경제협력이나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 당국 간 합의내용이 있지 않았나. 이런 조치들이 워킹그룹에서 막혀있다"며 "이제는 이 문제를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나. 불필요한 규제"라고 말했다. 이는 한미 워킹그룹을 해체하자는 의미로 읽혔다.


그는 "최근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나 코로나19와 같은 보건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북한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질병이 남쪽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차원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한미 워킹그룹에 막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재차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행사에서 "북미·남북관계가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2015년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면서 미주알고주알 미국의 승인을 받는 행태를 보였고, 거기에 북측에서 거부감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남북 관계와 남북 협력, 그에 따른 대북 제재 관련 사안을 조율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다. 2018년 11월 출범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첫 회의를 가진 뒤 정례화됐다.


하지만 한미 워킹그룹 때문에 남북·북미관계가 장기간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과 의구심이 여권 일각에서 쌓여가고 있다. 올해 초 한국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으로 물꼬를 트려 했을 때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에서 다뤄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북한 역시 한미 워킹그룹과 관련해 "남조선 당국은 미국의 지휘봉에 따라 남북 관계를 대하고 있다", "남북 협력을 파탄 내려는 미국의 흉심이 깔려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면돌파' 기조는 여권에서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한테 이런 모욕, 수모를 당하게 만든 것은 사실 미국(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일을 저질러놓고 나중에 양해를 구하면 몰라도 사전에 물어보면 절대로 그게 통과가 안 된다"며 "일을 저질러 놓으면 어떻게 하겠냐. 기껏해야 '한미 관계가 이렇게 나오면 안 된다', '동맹 간에 이럴 수 있느냐'는 식의 항의밖에 더 하겠나. 군대를 빼겠나, 어떻게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책상 치고 고함 지를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강조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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