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넥스트노멀] 전자지폐 시대 성큼…달아오르는 화폐 헤게모니 전쟁
입력 2020.06.11 06:00
수정 2020.06.10 21:48
미·중 갈등 확산 속 中 디지털 위안화로 달러패권 위협
기축통화 달러 지위 굳건…스웨덴·한은 등도 연구 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태세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 패턴이 가져올 변화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경제 대동맥 역할을 하는 금융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언텍트’ 기류와 함께 성큼 다가올 금융의 새로운 지형은 한국 경제의 나침반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펼쳐질 금융 넥스트노멀의 다양한 모습과 이에 대한 생산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미·중 간 코로나19 책임론 갈등이 2차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작업에 열을 올리면서 달러 기축통화 흔들기가 또 다시 불거졌다. 중국 위안회가 당장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미국이 디지털화폐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위안화의 입지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웨덴,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물론 우리나라도 디지털화폐 전쟁에 동참 의지를 드러내며 디지털화폐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달러화 패권에 강력하게 도전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위안화를 주요한 기축통화를 만들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결제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위안화의 위상은 달러화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제지급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1.66%에 불과하다. 달러가 43.3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는 유로(31.46%), 파운드(6.57%), 엔(3.79%), 캐나다 달러(1.79%) 순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아직 본격화하기 전인 2018년 4월 국제 지급거래서에서 위안화 비중은 1.66%였는데 2년 뒤에도 비율이 그대로인 셈이다. 반면 이 기간 달러 거래비중은 39.21%에서 43.37%로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중국은 미국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디지털화폐를 내놨다.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 내 지급준비 예치금이나 결제성 예금과는 별도로 중앙은행이 전자형태로 찍어내는 새로운 화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디지털화폐 연구를 시작했고 2016년에는 디지털화폐연구소를 신설하고 비공개적으로 디지털토큰 태의 디지털화폐 발행 추진을 준비해왔다.
중국은 디지털화폐의 도입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이미 2016년 말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들이 참여한 디지털상업어음 거래체제 실험을 실시해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현재는 인민은행과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중국농협은행, 알리페이, 텐센트, 유니온페이 등이 참여해 검증실험 중에 있다.
중국은 당장에는 자국 안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제한적으로 쓸 예정이지만 중· 장기적으로는 무역 결제, 해외 송금 등으로도 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도 디지털화폐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웨덴은 소매 결제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e-Krona(크로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최근 완료 단계에 있으며, 향후 실제 e-크로나가 도입될 경우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초의 소매용 디지털화폐로 기록되면서 여타 주요국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도 디지털화폐 도입 관련 기술·법적 필요사항을 검토·연구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디지털화폐 추진 동향을 바탕으로 필요하면 국내 도입을 위한 제반 준비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현금에 대한 수요가 일정부분 유지되고 있어 현금 없는 경제에 대비한 디지털화폐 도입이 시급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주요국에서 디지털화폐 발행 및 사용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화폐가 금융시스템 전반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리나라도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디지털화폐 도입을 검토하고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