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마스크 5부제 폐지 첫날...“KF 말고 덴탈마스크는 없나요?”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6.02 05:00
수정 2020.06.01 17:59

생산량 80%는 의료기관 공급…10곳 중 판매하는 곳은 3곳뿐

KF80‧94 공적마스크 장당 1500원, 국산 덴탈마스크도 1500~2000원 수준

인증 없는 중국산 덴탈마스크 주의보…식약처 인증, 의약외품 인증 확인해야

“KF 마스크는 애들도 답답하다고 안 쓰려고 그래요. 덴탈마스크는 없나요?”


지난 3월 9일부터 시행된 공적마스크 요일별 구매제가 1일부터 폐지된 가운데 서울 시내 약국 곳곳에서는 덴탈마스크를 구하기 위한 행렬이 아침부터 이어졌다.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내 한 약국에서 만난 40대 주부 윤모씨는 “아동용 덴탈마스크를 사러 왔는데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온라인에서 장당 200~300원 하던 게 지금은 보통 1000원이고 어떤 건 2000원까지도 한다”며 “등교를 앞두고 마스크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날씨가 더워진 데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등교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KF80, KF94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덴탈마스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날 돌아본 마포구와 구로구 약국 10곳 중에서는 KF80, KF94 등급의 보건용 마스크 보다 덴탈마스크를 찾는 손님이 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10곳 중 국산 덴탈마스크를 취급하는 곳은 3곳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물량이 적어 급증하고 있는 수요를 감당하기 부족한 상황이다.


구로구 한 약국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는 “아침부터 벌써 4군데를 돌았는데 국산 소형 덴탈마스크는 아직 한 장도 살 수 없었다”면서 “시중에 풀리는 물량도 적은 데다가 장당 1000원이 넘다보니 1회용 치고 가격도 비싸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KF80, KF94등급의 공적마스크는 장당 1500원인데 그보다 생산 단가가 낮은 덴탈마스크 가격이 2000원까지 하는 거 보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시중에서 덴탈마스크로 불리는 수술용 마스크는 국내에서 하루 평균 50만장 정도 생산된다. 하지만 이중 80%는 공적물량으로 의료기관에 공급되고, 나머지 20%가 시중에 유통된다. 시중 약국에서 식약처 인증이나 의약외품 인증을 받은 국산 덴탈마스크를 찾기 힘든 이유다.


이렇다 보니 약국에서 국산 덴탈마스크를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이 주로 사용하는 소형 덴탈마스크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서울 구로구 H약국 관계자는 “학생들 등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덴탈마스크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 같다”며 “요즘엔 마스크를 사러 온 손님들 대부분이 덴탈마스크를 찾는다. 하지만 물량이 달려 제대로 공급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KF80, KF94 같은 보건용 마스크는 물량이 충분해 덴탈마스크 대신 이런 제품들을 추천하지만 숨이 막히고 덥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정부가 덴탈마스크 공급량을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 약국에서 덴탈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대형마트나 온라인으로 구매를 시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제품의 경우 식약처 인증이나 의약외품 인증이 없는 유사 제품들도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덴탈마스크는 비말(침 방울) 차단 기능이 있는 마스크로 제품 포장 겉면에 식약처 인증이나 의약외품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제품 마다 쓰여 있는 위치가 달라 주의 깊게 확인하지 않으면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덴탈마스크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주로 ‘KC인증’ 마크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공산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으로 약사법으로 관리되는 의약외품과는 다르다. 품질 자체에 대한 인증으로 볼 수는 있지만 비말차단 등 보건, 위생 기능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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