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⑧] 이수현 "앙상블, 주연보다 못하는 배우 아냐"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5.21 15:11
수정 2020.08.07 14:36

뮤지컬 '모차르트!' 댄스 캡틴으로 종횡무진

"앙상블은 뮤지컬 그 자체" 당당한 20년차 배우

이수현. ⓒ EMK뮤지컬컴퍼니

배우 이수현에게 한국 뮤지컬계 대표 안무가인 서병구 교수를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 일찌감치 재능을 알아봐 준 서병구 교수 덕분에 이수현은 무려 20년간 꿈만 같은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2001년 '스팅'으로 데뷔한 이수현은 이후 '시카고' '아이다' '조로'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 이수현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함 그 자체다.


무엇보다 이수현은 '앙상블 배우'로서의 자부심이 상당하다. 일각에선 "주조연보다 못하는 배우"라는 편견으로 앙상블 배우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이수현은 "당신은 앙상블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이수현은 다음달 11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모차르트!' 무대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안무 캡틴으로서 후배 앙상블 배우들을 이끄는 이수현의 무르익은 연기는 '모차르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데뷔는 우연한 기회에 자연스럽게 하게 됐는데 작품을 하면서 점점 배우란 직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2010년 '코러스라인'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 데뷔한 지 20년이 가까워졌네요.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요?


벌써 이렇게나! 저는 하루하루 열심히 연습하고 작품을 했을 뿐인데 아직도 감사히 무대 위에 있더라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무대가 더 무서워지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커튼콜 때 관객분들이 웃으며 박수를 보내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한번은 어느 노부부가 해맑게 웃으며 박수를 보내주시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뭔가 그분들께 위로와 행복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뮤지컬 '시카고'와 '아이다'였어요. 제가 뮤지컬배우가 된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두 작품의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가장 기뻤던 기억이 나요. 시카고의 '셀블럭 탱고'는 여배우들이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씬으로 꼽히죠. 아직도 그때의 전율을 못 잊어요.


2012년 '조로'라는 작품은 제 인생작이기도 해요. '조로'는 무대 위에서 주조연과 앙상블의 에너지가 하나가 됨을 느꼈던 작품이었어요. 시너지도 어마어마했고요. 공연을 본 배우들 모두가 앙상블을 인정해준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같은 동료들에게 인정받은 기분을 느꼈죠.


- 20년간 쉼 없이 무대에 올랐는데, 혹시 슬럼프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나요?


사실 매년 매 순간 오는 것 같아요. 오디션에 떨어지거나 순간 내가 노래한 녹음을 들었을 때나 무대 위 모습이 실망스럽거나. 그때마다 이것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다시 마음을 바로잡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다시 겸손히 나 자신을 바로 보고 저에 대한 생각을 잘 하려고 노력해요.


- '모차르트!'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모차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차르트를 좀 더 유니크하게 현대적으로 푼 작품이죠. 대극장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과 감동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자부합니다. 저는 앙상블로 나오고 있어요. 귀족으로도 나오고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장수로도 나오죠. 그리고 시녀까지, 매 씬마다 순간순간 저의 자아를 바로 잡아야 해요. 어떤 장면에서는 제가 시녀로 등장하는데 귀족처럼 서 있으면 안 되니까요(웃음). 참 그리고 전 댄스 캡틴으로 안무가님을 도와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 막바지 연습에 한창일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습에 임하고 있나요?


현재는 안무 씬을 나갈 때 안무 디테일들을 역할에 맞게 잘 표현하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연습하고 있어요


뮤지컬 '모차르트!' 포스터. ⓒ EMK뮤지컬컴퍼니

- 앙상블 배우가 뮤지컬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앙상블은 주조연보다 못해서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앙상블이야말로 실력이 없으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앙상블은 노래뿐 아니라 대사 한마디 없어도 그 역할처럼 보이기 위해 손동작부터 작은 것 하나까지 매 장면 다르게 표현해야 하니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 아무나 할 수 없는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앙상블 해?'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께 '당신은 앙상블을 할 수 있는지?'라고 되려 반문해보고 싶어요. 저는 앙상블은 그냥 뮤지컬 그 자체라 생각해요. 춤과 노래, 연기를 모두 해내야 하니까요.


- 앙상블 배우로서 느끼는 고충은 없나요?


네 아무래도 있죠. 특히 연말이나 특정 이벤트 날이 포함된 달은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그럴 땐 앙상블들도 더블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만큼 더 신경 쓰고 관리를 하다 보니 오히려 또래의 일반분들보다 더 젊어 보이는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체력도 제 또래에 비해 좋아요.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공연계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네 정말요. 너무나 당연시 여겼던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너무 그리워요. 이런 시기에 찾아주시는 관객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리고요. 정말 제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느끼고 다시 한번 겸손해졌어요


- 향후 결정된 작품이나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요? 그리고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앞으로 '몬테크리스토'를 무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10년 후에도 건재하게 앙상블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배우와 스태프, 관객들 모두에게 인정받는 유명한 앙상블 배우로 남았으면 해요.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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