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잠잠해졌는데”…유통업계, 이태원발 애프터 코로나 ‘침울’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5.11 15:29
수정 2020.05.12 14:48

소비자 접점 높은 업체 특성 탓 2차 도미노셧다운 우려…이미 타격입은 업체도

외식업체, 성수기 앞두고 여름 마케팅 제약…1분기 이어 2분기도 ‘걱정’

이태원 발(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구로 퍼져나간 것이 확인되면서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은 유통업계가 ‘애프터 셧다운 공포’에 직면했다. 업계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지침이 완화됨에 따라 2분기 매출 회복에 조심스레 기대를 걸었지만, 사태가 재점화 조짐을 보이며 침울한 분위기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0일 기준 75명으로, 서울시 신규지역 확진자 수도 한 달만에 최대치다. 여기에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부산과 제주도 등 전국구로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해당 클럽을 방문한 사람이 최대 7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추가 접촉자를 파악 중이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경찰과 협조해 카드사용 내역과 휴대전화 사용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35% 달하는 1982명이 명단을 허위로 기재하는 등 연락이 닿질 않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와 접점이 높은 유통업계는 우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반짝 반등을 누리면서 2분기 만회 전략에 공을 들였지만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이미 한 차례 도미노 셧다운 현상을 경험했던 업체들은 ‘애프터 코로나19’ 공포에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외출 자제 현상이 다시금 이어지고 있어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유통업계 피해는 현실화 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명품매장에 근무하는 판매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확인하고 9일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같은 날 현대백화점 충청점도 직원의 확진 판정으로 임시 휴업했다. 패션업체인 한세실업 직원도 확진 판정 받으면서 전 직원이 지난 7일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2~3월과 같이 심각해질 경우 전체 수요의 감소로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집객성 행사나 프로모션을 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집객보다는 추첨형식으로 한정판 판매를 하는 등 판매 방식의 변경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2분기도 개점 휴업 이어질까 전전긍긍


당장 막막한 것은 외식업체다.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 의존도가 훨씬 높은 데다, 사실상 2분기 장사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배달을 이어가고 있지만, 배달 매출이 미미한 업체들은 2분기에도 개점 휴업 상태를 이어나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특히 패밀리레스토랑의 경우에는 사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외식업체 관계자는 “현재 오프라인 매장 운영과 동시에 배달과 HMR판매 병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면서 “치킨이나 피자, 햄버거 등의 외식업체의 경우에는 워낙에 배달 수요도 크고 매출에 있어서 배달이 차지하는 부분 역시 상당하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브랜드들과는 성격이 다르고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집객이 안되는 상황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구 신천지 사태와는 또 다른 문제로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역이 특정되는 것도 아니고 확진자가 지속 늘고 있어 소비자들 불안감 역시 곱절로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며 “오프라인 매장들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조금 완화되면서 조금 회복을 기대했는데 그것도 당분간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백화점에 입점한 외식업체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백화점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단축영엽을 이어오고 있다. 때문에 입점한 대부분의 외식업체들은 저녁 장사를 포기하고 점심 매출에 의존해 왔으나, 또 다시 방역 등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되면 점심 장사 마저 손 놓아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여름 성수기 특수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외식업체들은 본격 여름 신메뉴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마케팅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통상적으로 외식업체는 크리스마스 등 연말과 동시에 가정의 달이 포함돼 있는 5월부터 여름까지 성수기로 친다.


또 다른 외식업체 관계자는 “일단 명동이나 이태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확진자가 한 번 나타나면 영업 중단은 물론 유동고객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명동매장의 경우에는 외국인 고객이 20%가 넘는데 현재 외국인 고객이 거의 없는 데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아니고 몰(mall)이다 보니 일반 매장보다는 방문히 급격히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화점 특성상 쇼핑고객들이 방문을 하는데, 방역 등으로 인해 백화점 문을 닫더라도 일부 백화점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보상 등이 이뤄지는 부분은 전혀 없다”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아무래도 회식 이벤트나 모임 이벤트 등은 자제하게 되는 등 여름 마케팅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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