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통업계의 우울한 상상은 현실이 된다…또 규제강화 움직임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5.11 07:00
수정 2020.05.11 05:26

단독으로 법안 처리 가능한 슈퍼여당 탄생에 규제 속도 빨라질까 우려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된 대형마트 “협력업체도 소상공인인데…”

홈플러스 월드컵점 모습.ⓒ홈플러스

“이젠 망했다.”


4.15 총선 이후 대기업 대관 담당자들 사이에서 나온 대화라고 한다. 실제 총선 결과로 인해 대기업이 망하는 일은 없겠지만 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듯 싶다.


유통업계는 정부의 계속된 규제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등 안팎의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규제 법안으로 신규 출점길이 막힌 상황에서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다 보니 대기업들도 버틸 재간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80석을 확보한 슈퍼 여당이 탄생하면서 규제 법안 통과마저 한층 수월해졌다.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100건이 넘는다. 이중 대부분은 현 여당에서 발의한 규제 법안들이다. 그간 여야 간 의견 대치로 대부분의 안건이 계류돼 있지만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가면 법안 처리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업계 일각에서는 하반기 일몰을 맞는 대형마트 입점 규제 법조항이 재연장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만 해도 예정돼 있는 부지에 실제 입점하기까지 거듭된 난관을 거쳐야 한다. 실질적인 신규 출점길은 막힌 상태다.


여기에 여당이 총선 전 공약 1호로 내세웠던 복합쇼핑몰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 온라인 사업에 힘을 싣고는 있지만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달 말 안동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일시 완화방안마저 '부결' 되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도 사라졌다.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청도 결국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업계는 제외됐다. 소상공인을 배려한다는 취지지만 대형마트 협력사 중에도 소상공인이 많다.


또 일부 소상공인들의 바가지 상술로 인해 차라리 가격 변동이 없는 대형마트에서 사용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재난지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가격 변동이 없는 담배 구입을 추천할 정도다.


시장의 흐름과 소비 트렌드라는 커다란 물줄기를 거스를 수는 없다. 시대 변화에 맞춰 체질을 바꾸고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것 또한 기업이 수행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실행하는 데 있어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법안 하나로 산업의 생태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입법기관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한 셈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지금 경제활성화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업계의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날도 와야하지 않을까.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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