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제다] 임상 중단에 규제까지…제약업계 "약가인하 유예 절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4.22 06:00
수정 2020.04.21 22:10

현 정부 3대 육성 산업 중 하나 '제약바이오산업'도 기근

코로나로 1조8000억 손실…실질적 지원책 필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약·바이오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타격이 컸던 상황에서 약가규제까지 그대로 추진되면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사태로 업계에 수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약가인하 유예를 추진해야 한다는 요청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또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현장의 호소를 엄살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병원 외래 방문이 크게 줄면서 제약사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가 지난해 대비 46% 가까이 급감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최소 1조8000억원대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임상 환자 모집이 어려워지고, 의료인이 코로나19 방역·치료 현장에 투입되면서 임상시험 지연·중단 사례도 늘었다.


글로벌 시장의 의약품 원료 수급 불안으로 원재료비 상승이 불가피한 점도 제약업계의 애로사항이다. 중국이 다수의 원료의약품 공장을 폐쇄하고, 인도가 26종의 원료의약품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하면서 원료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원재료비가 25% 상승할 경우 기업들이 약 1조700억원의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행 중인 약가인하 제도를 통해서도 제약바이오업계는 전체 건강보험 청구액의 5%에 달하는 약 1조원의 충격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에 등재돼 있는 의약품을 재평가해 급여를 삭제하거나 약가를 인하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한 요양급여기준 개정안이 올 7월부터 진행될 경우 업계에는 2중, 3중고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된 의약품은 리베이트 등으로 제재를 받거나 생산·청구실적이 없을 때만 목록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정부가 건강보험 항목에 오른 약을 정기적으로 재평가해 퇴출할 수 있게 된다.


단일 건강보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의약품이 건강보험 항목에서 빠진다는 것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해 약가를 인하하는 약제 규제 정책 대상 품목의 시장 규모만 5조6530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인하될 약가는 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어려운 제약사들을 돕지는 못할 망정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제약바이오 업계도 타격이 상당하다. 임상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업체들은 개발비가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된다"면서 "이를 추스릴 때까지만이라도 약제 규제 정책과 사후관리약가인하를 유예해줬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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