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니즈와 원츠’ 팬들과 거리 좁히는 KBO리그
입력 2020.04.18 07:00
수정 2020.04.18 09:21
2020시즌부터 3회말 후 ‘경기 중 감독 인터뷰’ 시행
야구팬들 욕구 중 하나 충족시킬 첫 발걸음 내딛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국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국내 프로 스포츠 리그도 조기 종료 및 개막 연기 등 뼈아픈 결정으로 발을 맞추고 있다. KBO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장 내 침 뱉기 금지 등이 추가된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 위한 두 번째 통합 매뉴얼을 17일 전 구단에 배포했다. 외국인선수들과 코치들도 자국(미국)에 한국의 코로나19 방역과 대응책, 국민들의 수준 높은 인식을 ‘증언’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한 KBO리그는 팬들과의 거리는 좁히겠다는 움직임이다. 물론 방역과 관련한 야구팬들과의 물리적 거리는 사활을 걸고 지켜야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가깝게 다가가려는 움직임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800만 관중까지 치고 올라갔던 한국 프로야구 흥행의 하향세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설상가상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올 시즌 수익 급감도 불가피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 중 감독 인터뷰’ 추진은 환영할 만하다.
‘2020 KBO리그’ TV 중계에서는 경기 중 감독 인터뷰가 정례화 될 전망이다. 3연전 중 2차례, 3회 종료 뒤 감독이 헤드셋을 쓰고 카메라 앞에 선다. 오는 21일 시작되는 구단 교류 연습경기에서 감독들은 ‘사전 체험’에 나선다. 야구팬 입장에서도 경기가 벌어지는 도중 감독의 생각과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는 등 흥미를 더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이미 익숙한 장면이지만 KBO리그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한 중계 방송사 관계자는 “각 중계사별로 (경기 중 인터뷰를)몇 차례 시도했는데 감독들이 불편하게 생각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부에만 집착한 분위기에서 경기 중 리듬이 깨진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팬들의 바람은 날아갔다. 다행히 지금의 감독들은 “팬들이 원한다면 해야 한다”며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금의 시장은 고객이 이끌어간다. 던져주면 감사히 받아먹던 고객들이 아니다. 스포츠 시장에서 팬들이 객체가 아니라는 것은 ‘무관중 경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팬들이 즐길 것은 너무 많다. 야구에만 빠져있을 팬들이 아니다. 팬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원츠(Wants)를 생산해 끌어당기고 밀착해야 생존할 수 있다.
물론 경기 중 인터뷰에 수반되는 단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시간이 너무 짧아 이렇다 할 얘기를 못한다는 점이나 공수교대 때 선수들 동선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다. 불편하고 어색하지만 KBO리그가 자생할 수 있는 산업 구조 구축을 위한 토양과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 하나다.
경기 중 인터뷰 콘텐츠를 하나 추가한다고 갑자기 수익 지표가 개선되거나 팬들의 관심을 폭증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약한 출발로 보완점을 찾고, 더 나은 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창의적인 콘텐츠가 생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모기업들에 의존하지 않는, 자생력 키울 산업 구조를 구축해야 할 KBO리그가 생존의 터전을 닦기 위해 내딛어야 할 소중한 첫 걸음을 팬들은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