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한강 벨트⑪] 코로나 살얼음판 위 윤건영 대 김용태의 '냉전'
입력 2020.03.27 06:00
수정 2020.03.26 22:48
'文의 남자' 대 '3선 자객'의 대결로 주목
서울지역 코로나 확산으로 구로을 최대피해
선거 분위기 급랭...양측 캠프 모두 고민
본선거운동 앞두고 막판 심기일전
서울 구로을은 4.15총선의 가장 뜨거운 격전지 중 하나로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해결사였던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출마로 정권 중간평가의 바로미터가 됐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한 3선의 김용태 의원을 설득해 맞불을 놨다. 소장파인 김 의원이라면 중도층 표심을 놓고 한 판 대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열기가 냉기로 바뀐 것은 한 순간이었다. 구로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다. 같은 건물에 캠프를 열었던 윤 후보는 진단과 함께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캠프는 박영선 의원이 지역사무실로 쓰고 있던 건물로 급히 이전했다. 선거분위기가 막 달아오르던 시점에서의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싸늘하게 식은 여론에 선거운동 방식 변화는 불가피했다. 대통령의 핵심참모이자 구민의 해결사 이미지를 강조한 캐치 프레이즈 ‘믿는다 윤건영’은 ‘구로는 이깁니다’로 교체했다. 코로나19와의 대전에서 이기자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 “후보 혼자서 지역을 걸어다니며 인사를 하는데 스킨십 하기가 곤란한 정도”라고 캠프 관계자는 지역의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공약은 제대로 풀어보지도 못하고 있다. 윤 후보 측은 낙후된 주거지역 재정비, 신도림역 주변 문화체육시설 확충, 교육환경 개선 등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캠프 관계자는 “곧 본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가는데 고민이 많다”고 했다. 여론을 살피기 위해 들른 한 음식점 주인은 기자에게 “선거의 선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답답한 것은 김 후보 측도 매한가지다. 구로을은 2001년 재선거를 제외하고 28년 동안 민주당 계열이 당선된 민주당 강세지역이다. 최근 지역개발로 30~40대 젊은층이 유입되면서 민주당세는 더욱 강화됐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역전을 하기 위해서는 판을 흔들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그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동아일보가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후보 43.3%, 김 후보 28.7%로 나온다. 점점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김 후보 측 판단이지만 여전히 두 자릿 수 차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능>
김 후보는 1호선 철도 차량기지 이전지연 문제의 책임을 윤 후보와 민주당에 묻는 한편, 복개를 통한 재설계를 공약으로 준비했다. 낙후된 주거지역의 주민들이 동의하는 방식의 재개발, 여의도와 연계한 핀테크 산업도 주요 공약사항이다. 인근 양천을에서 3선을 지내며 이뤄냈던 성과를 통해 차별화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이 당면과제가 되면서 윤 후보와 대척점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캠프 측의 고민이다. 윤 후보를 겨냥해 제작했던 ‘복심이 아닌 민심이 이깁니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도 교체를 검토 중이다. 김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이제 선거는 윤 후보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이 됐다”며 “코로나19로 정권심판론이 잘 먹히지 않는 상황이지만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