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탓·탓·탓…알량한 눈속임으로 남 탓 해봐야 실정이 가려질까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3.06 08:00
수정 2020.03.05 23:50

코로나19 확산세 거세…文정부, 희생양 찾기 '몰두'

신천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살인죄' 고발은 의문

중국 "발원지 中 아닐 수도" 적반하장에 박능후 발언 오버랩

文대통령, 메르스 당시 "불안 키운 건 정부" 발언 상기해야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청와대

코로나19 사태를 대하는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의 언행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확산세에 모두가 힘을 합심해 방역에만 몰두해도 모자랄 판에, 비난의 화살을 돌릴 정치적 희생양 만들기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비난의 희생양으로 점찍은 주체는 신천지교회로 보인다. 필자는 신천지교회를 두둔하거나 그들이 보인 안일한 대응과 책임에 면죄부를 줄 생각은 전혀 없다. 당국의 협조 요청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며 무고한 일반 시민들을 위험으로 몰아넣은 책임은 이 모든 사태가 끝난 뒤 명명백백하게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하루에도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지는 이 판국에 교주를 '살인죄'로 고발한 박원순 서울시장, 검찰이 신천지 압수수색에 늑장을 피우네 마네하며 검찰 압박에나 신경 쓰는 추미애 법무장관 등의 행태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즉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Corona virus disease 19/COVID-19)는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한 뒤로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산중인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정작 발원지인 중국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침묵을 지키는 현 정부다. 그런데 단순히 급속 확산을 초래하는 데 영향을 끼쳤단 이유로, 마치 신천지교회가 의도적으로 사회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처럼 '마녀사냥'을 자행하는 것은 이성을 갖춘 정부의 행보라고 보기 어렵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발원지가 꼭 중국이 아닐 수 있다"며 적반하장식 언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퍼진 주요 원인은 중국인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던 박능후 보건복지장관의 발언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신천지교회의 행보와 별개로 마스크 수급 관리 하나 제대로 못 해 국민들을 길거리에 하염없이 줄 세우고 분통을 터뜨리게 만드는 정부다. 우리 국민들을 입국 제한하는 나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가는 데 강경화 외교장관은 "방역 능력이 없는 나라들이 투박한 조치를 했다"며 또 남 탓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재직하며 "메르스 대응에 실패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키운 것은 바로 정부"라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자신이 직접 했던 말을 뼈저리게 되새기며 지금이라도 '탓'을 멈추고 일선에서 대처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욱 거대한 민심의 이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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