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주총-SKT] 박정호號 종합 ICT 기업 ‘순항’…자회사 상장·사명 변경
입력 2020.02.28 06:00
수정 2020.02.28 04:28
박 사장 연임 ‘유력’…글로벌 초협력 ‘탄력’
자유로운 분위기 속 주주 친화적 주총 전망
SK텔레콤의 제36기 정기주주총회는 박정호 사장이 거듭 강조해온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선 박 사장과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재선임 안건과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안건 등도 부의될 예정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내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의 연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2017년 1월 SK텔레콤 수장에 오른 박 사장은 내달 23일로 3년 임기를 채우게 된다.
그는 취임 이후부터 줄곧 SK텔레콤 ‘통신기업’에서 벗어나 ICT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올해 조직개편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확연히 드러났다.
SK텔레콤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이동통신(MNO)과 신사업(New Biz)으로 조직을 이원화했다. 5세대 이통동신(5G)과 새로운(New)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동시에 성장시키기 위한 목표다.
박 사장은 “2020년은 SKT와 ICT 패밀리사 전체가 가시적인 성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나아가 대한민국 ICT 혁신의 주축이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모든 조직을 5G 및 New ICT 각 사업 실행에 적합하게 강하고 효율적인 체계로 재편한다”고 말했다.
종합 ICT 기업으로 가는 과정으로 박 사장이 언급한 구체적인 방안은 ‘사명변경’과 ‘자회사 상장’이다. 이번 주총에서도 이러한 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 사장은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오찬 간담회에서 “SK텔레콤이라는 사명 이제 바꿔도 되는 시작점에 와 있다”며 “논의를 시작하는 변화의 길목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회사의 통신 매출이 50% 미만으로 내려갈 수 있고 자회사들의 실적도 모두 흑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사명 변경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는 것이 박 사장의 판단이다. SK텔레콤의 지난해 3분기 연결 전체 매출 중 비무선 매출 비중은 45%를 넘어섰다. 이로써 미디어·보안·커머스 사업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그는 이어 SK하이퍼커넥터와 같은 구체적 사명을 언급하며 “사명 변경은 지금부터 바로 시작할 것”이라며 “공모도 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사명변경 논의가 단순한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닌 회사 통합과 브랜드 차별화까지 염두에 둔 변화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SK텔레콤이라는 회사가 하나의 조직으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있다”며 “3개 사업부가 SK브로드밴드·ADT캡스·11번가 등 다 자회사로 있는데 채용도 따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임과 동시에 그의 글로벌 ‘초(超)협력’ 행보에도 힘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인공지능(AI)을 발전시키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 뿐 아니라 경쟁사까지 아우르는 초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강화 기조는 새 사외이사 후보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김용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와 김준모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부교수를 SK텔레콤의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된다.
김 부교수는 KAIST의 AI 대학원 소속 교수다. 그는 AI의 핵심 기술인 기계학습과 딥러닝 알고리즘 연구에서 주목받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최근 국제학회에서 주목할 만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총이 연기될 가능성도 점쳐지나,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지난해에 이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박 사장이 직접 사업 방향을 설명하는 등 주주 친화적인 기조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개최된 35기 주총은 박 사장 주도로 각 사업부 임원들이 참석해 주주들에게 직접 1년 간의 성과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밝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질의응답도 2시간 가까이 진행돼 형식을 파괴하는 주총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날 박정호 사장은 “올해 주주총회는 기존의 안건 승인만 하던 형식을 벗어나 주주와 경영진이 소통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며 “기존 방식은 주주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고 생각해 이를 바꾸고자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은 2018년 첫 주총을 시작으로 주주들과 가감 없이 소통하며 주주 친화적인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올해도 이러한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