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코미팜 '파나픽스' 긴급 임상…"치료제 확대 해석은 주의"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2.27 10:26
수정 2020.02.27 10:27

폐렴 환자의 사이토카인 폭풍 억제시키는 약물

코로나19 폐렴 적용 확대를 위한 임상일 뿐…과도한 기대 금물


코미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자사 신약 후보물질 '파나픽스'의 긴급 임상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라 코로나19 환자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는 것을 막는 기전의 약물이어서 이것이 마치 치료약인 것처럼 혼동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미팜은 코로나19와 관련해 파나픽스의 긴급 임상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고 지난 26일 공시했다. 임상시험 명칭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폐렴환자(NCIP)에 경구 투여한 PAX-1 요법에 대한 제2/3상 임상시험'이다. 회사 측은 파나픽스가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급속히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미팜은 2007년부터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협력해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 염증 치료제를 개발해왔고, 이번 임상은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긴급 임상이라고 설명했다. 면역세포의 신호전달 인자의 활성을 억제해 염증유발 사이토카인 TNF-α, IL-1β, IL-6등의 인자 배출을 억눌러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폐렴을 치료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식약처의 임상 승인이 나면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폐렴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할 계획이다.


코미팜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장염 등 염증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며 "코로나19 폐렴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돼 기쁘다"고 전했다.


또 양용진 코미팜 대표가 2007년부터 목감기로 편도염이 생기면 파나픽스를 복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약을 2일 정도 복용하면 감기로 인한 편도염이 깨끗이 치료됐고, 자가면역질환의 염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파나픽스는 동물 시험에서 효능을 확인했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른 질환의 환자(372명)에게 임상시험을 실시해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실시해본 적은 없지만, 동물 실험에서의 안전성 확보를 근거로 들어 코로나19 폐렴 환자가 하루 3정씩 복용하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미팜의 '코로나19' 관련 긴급 임상 소식… 갑자기, 왜?


코미팜은 동물용 의약품을 주력으로 연구 개발하는 회사다. 1972년 설립 당시부터 동물용 백신을 제조해왔다. 실험용 쥐나 닭, 돼지 같은 동물을 직접 사육하면서 각종 연구를 진행한다. 이렇게 개발한 동물용 백신 30여종을 세계 2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코미팜의 연구개발 인력은 동물질병진단센터 4명, 연구팀 5명, 고문 1명 등 총 10명이다. 그중에서도 핵심 연구 인력은 수의학 박사이자 코미팜의 영업마케팅 본부장을 지낸 인물이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과장, 전북대 수의학 석사 등 수의학 관련 연구원이다.


동물용 백신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체 의약품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약 개발에 성공한 적은 없다.


이와 관련해 코미팜 관계자는 "파나픽스는 기존에 개발 중이던 암성 통증 치료제인데, 이 약물의 기전이 사이토카인 폭풍을 막아 암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다"면서 "동물 임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으며 현재 글로벌 임상 1상과 2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도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켜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가 일부 있으므로 파나픽스가 암에서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급성 폐렴에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식약처에 응급처치에 관련된 의약품 프로세스로 임상을 신청했고, 승인 여부는 일주일 내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미팜 관계자는 파나픽스가 현재 어느 국가에서 임상 중인지 구체적인 임상 진행 현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고 절실한 상황에서 코미팜의 공시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코로나19 환자의 폐렴을 유발하고 빠르게 악화시킬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급하게 기대를 걸기엔 이르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한편,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과도한 면역 작용이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는 물론 인체까지 공격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이토카인은 체내에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면역계가 이를 알리는 경보 물질로, 사이토카인이 과다 분비되면 면역세포가 지나치게 많이 활성화하면서 감염된 세포뿐만 아니라 건강한 세포까지도 공격할 위험이 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면서 폐에 염증이 생기고 급성폐렴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사이토카인 폭풍에 의한 폐렴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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