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1년' 우리금융 주가 30% 하락…주주가치 회복 어쩌나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2.26 05:00
수정 2020.02.26 09:44

은행서 전환 상장 후 시총 32.1% 급감…1년 새 3조3355억↓

자본력 우려 속 DLF 사태 '결정타'…금융위 지분 매각 '암초'

우리금융그룹이 지주로 다시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기업가치가 3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로 손태승 회장이 중징계를 받으며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자, 역대 처음으로 주식 가격이 1만원 아래까지 고꾸라지는 등 우리금융을 둘러싼 투자 심리는 요동치는 모습이다. 이에 올해부터 우리금융 주식을 팔아 과거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던 정부의 주름살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7조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금융이 기존 우리은행에서 지주로 체제를 바꾸고, 새 이름으로 증시에 전환 상장된 첫 날이었던 지난해 2월 13일(10조4065억원)보다 32.1%(3조3355억원)나 줄어든 액수다.


우리금융의 주가는 이번 달 들어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만원대까지 붕괴된 실정이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의 1주당 가격은 1만5300원에서 9790원으로 36.0%(5510원) 급락했다. 우리금융 주식의 주당 가격이 네 자릿수로 추락한 것은 이번 달 20일(9950원)이 처음이다. 상장 후 6억8016만주에서 7억2227만주로 6.2%(4211만주) 가량 발행이 늘어난 우리금융의 주식 수를 감안해도 시총이 30% 넘게 줄어든 이유다.


더욱이 그룹의 수장인 손태승 회장이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며 추가 부양에 적극 나섰음에도 주가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실은 우리금융에게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통상 책임 경영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이자, 기업 가치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다. 지난해 다섯 차례 자사수를 사들인 손 회장은 올해도 시장이 열리자마자 우리금융 주식 5000주를 더 사들였다. 이로써 손 회장이 보유하게 된 우리금융 주식만 6만8127주에 이르게 됐다.


여러 노력에도 우리금융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우선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자본 여력이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말 우리금융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11.9%로 KB금융(14.5%)이나 신한금융(14.0%), 하나금융(13.9%) 등에 비해 2%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수준이다. BIS 비율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항목이다.


특히 인수합병(M&A)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처럼 부족한 우리금융의 자본력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단 지주로 간판은 바꿔 달긴 했지만 여전히 은행에 이익 대부분을 의존하고 현실을 깨기 위해 우리금융으로서는 비(非)은행 계열사 확대에 전념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자본력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M&A에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의구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우리금융의 자본력은 조만간 개선이 가능한 요소로 평가된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자산 평가 시 활용하고 있는 내부등급법 사용이 가능해절 것으로 점쳐져서다. 내부등급법은 금융당국의 허락 하에 각 금융사들이 자신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위험자산을 나름대로 유리하게 계산하는 방식인데, 우리금융은 지주로 체제를 바꾼 지 얼마 안 됐다는 이유로 아직 이를 쓰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가 되기 직전인 우리은행 시절까지만 해도 내부등급법을 사용해 왔다. 이에 2018년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15.7%에 달했다.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을 활용하려면 최소 1년 간 시범 산출을 하며 다시 금융당국의 사전 점검부터 받아야 한다. 우리금융은 최대한 빠른 승인을 받기 위해 지주 출범 직후부터 사전 작업을 벌여 왔다.


이런 자본력보다 우리금융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진짜 문제는 DLF 사태가 거론된다. 금융당국이 DLF로 인한 대규모 소비자 피해의 책임을 물으면서 손 회장이 사퇴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짓고 있었던 우리금융의 지배구조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면서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형국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3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DLF 사태 관련 징계로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이처럼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원칙적으로 연임이 불가능한데, 앞서 우리금융은 손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단독 추천한 상황이었다. 이에 손 회장은 최악의 경우 법적 다툼을 벌이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익률 조작과 폰지 사기 등이 뒤엉킨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중 절반 가까이자 은행에서 팔려 나갔는데, 우리은행 판매 잔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DLF와 함께 우리금융의 고민을 한층 깊게 만들고 있다.


이런 와중 우리금융과 함께 애가 타는 쪽은 금융위원회다. 금융위는 올해부터 시작해 손 회장의 연임 시 다음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2022년까지 우리금융 잔여 지분을 모두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둔 상태다. 금융위가 매각을 선언한 우리금융 지분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주식 17.3%(1억2460만주)다. 하지만 지주 전환 이후 우리금융 주가가 떨어지면서 해당 지분의 가치도 1조9065억원에서 1조2199억원으로 36.0%(6866억원) 급감했다.


이에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우려를 나타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정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가 하락으로 올해 상반기로 예고된 정부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김종석 미래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일정 연기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시장 상황이 어려워 주가를 회수하는 부분에서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주가에 힘이 빠질수록 헐값 매각에 논란에 따른 금융위의 부담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하필 지분 매각 직전에 주가가 역사적 최저점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우리금융은 물론 정부까지 압박을 받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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