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연합 공세에 조원태 회장 우호 세력 지분 확대…지분경쟁 치열
입력 2020.02.24 15:28
수정 2020.02.24 16:02
한진 직원들,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우군 델타 11%로 늘려
내달 주총 의결권 없지만 현 체제 지지 강한 의지 표명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KCGI, 반도건설 등 3자연합간 분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현 경영체제를 지지하는 지분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24일 재계와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직원들은 주식 10주 사기 운동에 나선 가운데 우군인 델타항공은 지분을 11%로 늘렸다.
최근 대한항공 사내 익명게시판 '소통광장'에는 내달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식 10주 사기 운동에 동참하는 제안 글이 올라온 뒤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나도주주다'라는 작성자는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우호지분과 3자 연합의 지분 비율이 38.26%대 37.08%"라며 "적당히 차익이나 챙겨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는 투기꾼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런 정도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오로지 차익 실현이 목적인 투기 세력, 유휴자금 활용처를 찾던 건설사, 상속세도 못 낼 형편이었던 전 임원. 이들의 공통 분모는 그저 돈, 돈일 뿐"이라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회사에 오면 돈이 된다면 사람 자르고 투자 줄이고 미래 준비고 뭐고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작성자는 "우리 직원들도 한진칼 주식을 단 10주씩이라도 사서 보탬이 되자"며 "우리 국민이 국제통화기금(IMF) 당시에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 구하기에 동참했던 것처럼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 글에 많은 직원들이 적극 공감하며 한진칼 주식 사기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철학도, 명분도 없는 돈벌이투기 세력에게 회사를 넘기고 직원들의 터전이 흔들릴 수 없다는 것으로 현재의 경영 체제로 회사를 지키겠다는 표현이다.
이미 지난해 말 주주명부가 폐쇄된 터라 이들이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매입 지분은 내달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주 사기 운동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그만큼 회사 내부에 조현아 전 부사장과 투기 세력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반감의 여파로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내부 분위기는 조 회장쪽으로 상당히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대한항공, (주)한진, 한국공항 등 주력 계열사들의 노조들은 지난 17일 3자 연합을 비판하며 조 회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고 21일에는 상무 이상의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500여명으로 구성된 전직임원회가 조 회장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직원들의 지지 속에서 조 회장의 대표적 우군인 미국 델타항공도 한진칼 지분을 11%로 늘렸다. 델타항공은 24일 공시를 통해 한진칼의 주식을 장내 매수로 추가 취득해 지분율이 종전 10.00%에서 11.00%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지난 20일과 21일 한진칼 주식 59만1704주를 추가 매입했으며 이에 따라 보유한 주식은 총 605만8751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처음 매입했을 때부터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이번 지분 추가 매입도 3자 연합에 맞선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델타항공의 이번 추가 지분 매입으로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38.25%가 됐다. 조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총수 일가의 지분(22.45%)에 델타항공(11%)과 카카오(1%) 지분을 합치면 34.45%다. 여기에 조 회장지지 가능성이 높은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0%)을 합치면 38.25%가 된다.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6.49%)을 비롯,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7.29%), 반도건설 계열사들(13.30%)을 더해 총 37.08%를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들인 지분에 대해서는 다음 달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양측의 의결권 있는 지분은 여전히 조 회장측 33.45%, 3자 연합 31.98%다.
추가 확보한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정기 주총 이후에 임시 주총을 새로 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양측의 지분 매입은 정기 주총 이후 계속될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