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3자연합에 반격 "경영비전 제시 없이 원색적 비난 일관"
입력 2020.02.20 17:53
수정 2020.02.21 06:22
강성부 간담회 "알맹이 없는 흠집내기...기만행위"
부채비율=경영실패? 항공산업 특성 모르는 발상
조현아 경영복귀 꼼수...한진해운 언급 자승자박
한진그룹이 조원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강성부 KCGI 대표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경영비전 제시 없이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행사로 시장과 주주에 대해 기만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한진그룹은 20일 오후 자료를 내고 앞서 이날 오전 진행된 강성부 KCGI 대표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흠집내기', '자기합리화', '기만행위', '꼼수'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오전 강성부 KCGI 대표가 간담회를 열어 조 회장의 경영퇴진을 요구한 데 이어 한진그룹이 바로 이를 반박한 것이다.
또 간담회서 나왔던 내용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사실과 다른 억지 주장을 했다고 평가했다. 총 7가지 항목으로 나눠 3자 연합의 무리한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한진그룹은 이번 간담회에 대해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 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기자간담회"라며 "기존에 제시했던 전략의 재탕일 뿐만 아니라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는 뜬구름잡기식 아이디어만 난무했다"고 총평했다.
또 "견강부회식으로 현 경영 상황을 오도하는 한편, 논리적인 근거 없이 최고경영층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일색으로 상식 이하의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심한 유감을 나타냈다.
3자 주주연합이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는다는 주장은 시장과 주주에 대한 기만행위로 이들이 제안한 '이사자격 조항신설' 제안도 꼼수라고 주장했다. 모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위한 밑그림을 위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은 "이사회 장악 및 대표이사 선임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조현아 주주연합 당사자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들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이는명백한 경영참여로 해외 금융·투기세력들이 기업 경영권을 침탈하는 과정도 이와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3자연합이 13일 주주제안을 통해 제시한 '이사의 자격 조항 신설'도 비판했다. 이 조항에는 회사·계열사 관련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나 법령상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사회 이사로 선출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에대해 한진그룹 측은 "조 전 부사장의 경우, 항공보안법, 관세법,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유죄판결을 받고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며 "오로지 배임·횡령죄에 대해서만 명시한 것은 조현아 복귀를 위한 꼼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12월23일 조 전 부사장의 선제 공격으로 '남매의 난'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조 전 부사장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한진측은 "그룹의 호텔부문을 맡아 경영을 악화시켰으며 이는 그룹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땅콩회항'으로 대한항공의 대외 이미지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3자 연합이 주주제안을 통해 추천한 이사후보군들에 대해서도 한명씩 거명하며 평가절하했다. 전문성·독립성·다양성에 위배되는 인물이 다수임에도 간담회에서는 역할이나 비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없이 자화자찬했다고 비판했다.
강성부 대표와 함께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는 "항공 운송·물류 경험은 전혀 없는 비전문가"라며 "'자본집약적'이고 '안방사업'인 통신사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이고 글로벌경쟁이 치열한 항공산업을 이해하고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또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은 항공경영분야 종합 컨설팅회사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이사진으로 선임될 경우,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개인적 이득을 추구하는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외이사로 추천된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는 반도건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퍼스트에서 지난 2017년 6월까지 재직한 경력이 있꼬 퇴사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독립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자 연합이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전문성 없는 전문경영인의 폐해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항공산업은 외생변구와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으로 업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빠르게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얼라이언스 등 동맹, 항공기·엔진 등 제작사와 같은 전문가 그룹과의 긴밀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도 필수"라며 "한진그룹은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석태수 대표(한진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하은용 부사장, 최정호 진에어 대표 등 유관 경력 30년 이상의 전문가들과 함께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한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강조했다.
또 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실패 사례로 '한진해운'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자승자박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진그룹은 "(강 대표가)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실패 사례로 '한진해운'을 언급했는데, 오히려 이는 '조현아 주주연합'에서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인물들, 즉 유관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영진이 경영을 맡아 상황을 오판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례"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진해운의 경우 금융전문가를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했지만,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업황을 오판해 고가의 용선 계약 등 대규모 선박 투자를 감행했다"며 "단기 성과를 위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무리하게 부채를 차입해 차입구조를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등 근시안적 조치에만 몰두해 결국 한진해운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가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부채비율에 대해서도 항공산업의 특성도 모르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진그룹은 "항공업종은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으로 타 산업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특성이 있다"며 "항공기와 엔진은 유동성이 매우 큰 자산으로 현금화할 수 있으나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을 위해 항공기 보유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부채비율이 다소 높아진 이유는 리스회계기준 변경(운용리스의 부채 반영)과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오히려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순차입금은 수천억원 감소한다"며 "전세계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기준을 오도하고 타 기업과 금융기관에서도 활용하는 영구채 발행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억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일본 여행 보이콧과 홍콩사태 등 경영환경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당성할 정도로 튼튼한 기초체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영실패라는 3자연합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3자 연합을 단기 성과를 바라보는 투기세력으로 규정하면서 결국 먹튀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아 많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자본들이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주권리를 내세웠지만 결국 막대한 차익만 챙기고 먹튀한 역사를 반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진그룹은 "조현아 주주연합의 근본적 목표는 '차익실현'을 노리는 투기세력일 뿐 국내 기업의 중장기적 발전과 사회적 가치의 추구라고 볼 수 없다"며 "차익을 남기고 '먹튀'하면 결국 피해자는 기업, 기업 구성원, 개인투자자 등 소액주주가 될 것이 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익만을 노린 사모펀드 등의 경영권 위협은 한진그룹의 중장기적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명확한 비전과 전문적인 경영 능력,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조원태 회장 체제가 장기적인 투자가치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내달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여론전이 점점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측의 지분이 33.45%(조원태) 대 31.98%(조현아 3자연합)으로 1.47%포인트에 불과한 상황이어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일반 소액 주주들의 표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양측이 서로의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면서 싸움은 점입가경의 형국을 보일 것이라는게 재계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