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애플 ‘꽉’ 붙잡는다…아이폰·아이패드에 TOF 공급 유력
입력 2020.02.18 06:00
수정 2020.02.17 17:35
광학솔루션 사업에 4798억원 투자…카메라·TOF 모듈 수요 대비
LG이노텍이 올해 애플의 아이패드·아이폰 신제품에 비행 비행시간거리측정(TOF) 모듈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이 TOF 모듈 신규 공급으로 애플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실적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공시를 통해 광학솔루션 사업에 4798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목적으로 “광학솔루션 사업 경쟁력 지속 강화 및 시장 수요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에 납품하는 카메라 모듈과 TOF 모듈 신규 공급을 대비하기 위한 투자로 분석하고 있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 등 광학부품을 만들며 애플·화웨이·LG전자 등이 주 고객사다. 애플은 LG이노텍 매출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애플은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아이패드와 하반기 출격하는 아이폰 4종 중 프로버전 2종에 TOF 모듈을 탑재할 계획이다.
TOF는 모듈은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해 사물의 입체감이나 움직임 등을 인식하는 부품이다. 모바일기기에 이 모듈을 적용하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생체인증, 동작인식 기능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애플이 자사 제품에 TOF를 적용하는 건 처음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3차원(3D) 기술 기반의 ‘페이스ID’를 탑재한 바 있지만 이는 TOF 방식이 아닌 구조광(SL) 기술이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TOF 도입을 위한 모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LG이노텍이 광학솔루션 사업 투자로 부품을 차질 없이 공급한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광학솔루션 사업 투자에는 카메라 모듈 설비 확대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올해 이례적으로 상·하반기에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한다. 애플이 1년에 두 번 아이폰을 내놓은 건 보급형 모델 아이폰SE가 나온 2016년이 처음이다. 다음달 그 후속 모델인 아이폰SE2(가칭)가 출격을 예고하고 있어 매년 가을 제품을 내놓으며 1년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에 변화를 줬다.
애플은 상반기 아이폰SE2와 하반기 4종의 신형 아이폰을 포함해 올해에만 5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3가지 모델에서 2종이 추가된 것으로 애플의 카메라 모듈 수요 증가에 맞춰 LG이노텍이 광학솔루션 사업 투자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애플이 아이폰 라인업을 늘리면 카메라 모듈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때문에 LG이노텍은 공급 물량 확대의 기회다. 게다가 최근 아이폰11Pro 등 플래그십 모델은 멀티카메라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은 실적 확대를 노릴 수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8조3021억원, 영업이익 403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매출 7조9821억원·영업이익 2635억원)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 53% 증가한 수치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사업과 반도체 기판 등을 생산하는 기판소재사업이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광학솔루션 사업은 연간 매출 5조4257억원으로 전년도(5조969억원) 대비 6.5% 증가했다. 스마트폰용 멀티 카메라모듈 등 고성능·고품질 차별화 제품의 판매가 확대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올해 LG이노텍의 실적은 애플이 아이패드·아이폰에 TOF 기술을 신규 적용하고 아이폰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애플과의 협력 강화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애플 의존도가 높아 아이폰이 얼마나 판매되느냐에 따라 변수가 존재하지만 올해 애플 제품의 TOF 모듈 신규 공급과 멀티카메라 탑재 등으로 실적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