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풀리지 않는 '손학규 거취' 문제

정도원 기자
입력 2020.01.31 00:05
수정 2020.01.31 05:52

이젠 호남계 중진의원들이 孫 결단 촉구 나서

비대위로 전환해 당헌 고쳐야 3지대 통합 가능

최경환 "바른미래 상황 정리, 오래 안 걸릴 것"

분당과 잇단 탈당에도 불구하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거취 문제가 상대만 바뀐 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잔류 최대주주인 호남계 의원들이 손학규 대표 사퇴 전선의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박주선·주승용 등 바른미래당 호남계 핵심 중진의원들은 30일 일제히 손학규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손학규 대표도 이제는 정치적 책임을 질 때가 됐다"며 "당이 공중분해돼버리지 않았느냐. 더 이상은 지탱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의원도 "(손 대표가) 곧 결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총선까지 76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손 대표가 이번 주중에라도 바로 사퇴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 경우 바른미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과 합치는 '제3지대 통합'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의 당헌에는 합당을 할 때 전당대회를 열거나 전당원투표를 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 당 여건상 둘 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합당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먼저 비대위를 수립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다음에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안신당과 평화당은 바른미래당을 주시하는 상황이다.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는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바른미래당의 상황 전개는) 나도 관심"이라며 "바른미래당 상황이 정리되는 것이 딱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은 지난 28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제3지대 통합'과 관련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엽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제3지대'가 분열한 국면에서 어느 한 정당을 맡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이렇게 많이 나뉘어져 있는 제3세력들이 일단 묶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3지대 통합'을 위한 여러 준비는 '세팅'되고 있지만, 손 대표의 거취 문제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어 영구미제(永久未濟)처럼 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 대표는 대안신당·평화당과의 통합에 앞서 전국정당화와 미래세대 전진배치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당대표 유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당장 이날 안철수계 원외지역위원장들의 바른미래당 탈당이 시작됐다. 31일에는 더 많은 원외위원장들이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의원 등 선출직도 탈당 행렬에 가세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권한대행은 이날 원내정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이 통합출범할 때, 지역위원장 배분을) 유승민계 30%·안철수계 70% 정도로 하지 않았느냐"며 "30%는 (유 의원이 탈당할 때 이미) 탈당했고, 70%가 남았는데 대거 탈당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지역위원장 임명 의결권을 가진 최고위원회의가 기능 마비에 빠져 있어, 지역위원장이 탈당한 지역구에 새로운 위원장을 임명할 수조차 없다. 전국정당이 되기는 커녕 있던 지역조직마저 무너져가는 판국인 셈이다.


문제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손 대표의 의중이다. 유승민 의원,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손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지 않는 이상, 호남계 의원들도 손 대표를 끌어내릴 뾰족한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루한 대치 국면이 이어진다면, 총선 준비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호남계 의원들도 결국 탈당해 '제3지대'에서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 통합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주승용 의원은 "우리가 먼저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관측에 선을 그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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