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인터뷰②] 최경환 "안철수, 진지한 사과 있다면 대화해볼 수 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입력 2020.01.25 08:00
수정 2020.01.25 07:38

"안철수, 왜 우클릭·탈호남 했는지 해명해야"

"제3지대 성공, 호남에도 균형·발전 가져와"

"유동성 강한 국면…지도자들 빠른 결단 필요"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가 진정성을 갖고 성찰하며, 가치와 노선·로드맵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에서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대화해보겠다"라며 안 전 국민의당 대표까지 포함한 제3지대 구축의 가능성도 닫혀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최경환 대표는 설 명절을 앞두고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도 지난 22일 한 토론회에서 "안 전 대표를 비난만 하는 것은 제3세력 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최 대표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정계복귀를 선언한 뒤 국내에 귀국해 가장 먼저 광주 5·18민주묘역을 찾았다. 그는 국민의당 분당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도 사과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그런 식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방식도 잘못됐다"며 "안 전 대표는 호남의 정치적 무게를 너무 가볍게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남민심이 안 전 대표에게 등 돌린 이유는 충분한 설명 없는 '우클릭·탈호남' 행보에 있다면서 "제3지대 개혁통합을 논의하고 적대적 공생체제 정치를 고쳐보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 지점부터 해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총선 민심과 관련해 "민주당은 이념과 진영에 스스로를 가두고 한국당은 극우적 성향에 빠졌다"며 "넓어진 중도 공간을 담을 세력이 성공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파괴력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권자 표심은 관망하고 있다', '유동성이 강한 국면'이라고도 짚었다.


제3지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지난 2년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 연동형 비례제의 도입으로 과반정당은 출현이 불가능해졌다. 개혁진영의 연합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2년 뒤 대선에서 개혁진영의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안신당은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최 대표는 "제3지대가 커져 호남에서 1대1 구도가 만들어지면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가능해지고 주민들의 이익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3지대 통합의 속도가 더딘 이유에는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의 분열 과정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앙금이 해소되지 않았고, 유권자들의 거부정서도 있다"고 털어놨다. 최 대표는 "그럼에도 통합하는 게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바른 길"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하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와의 질의응답 전문.


Q. 4·15 총선민심 어떻게 보고 있나.


A. 계층적·지역적으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나 속마음이 복잡해지는 국면인 것 같다. 국민은 통합과 큰 정치를 원하는데, 개혁정권으로서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앞세웠다. 그 결과 이념과 진영의 정치형태로 자신을 가두게 됐다. 경제민심도 썩 좋지 않고, 기대했던 남북관계도 주도성을 잃었다. 이런 실망감이 어떻게 표현될지 관심이다.


반면 야당인 한국당은 극우적인 성향으로 나가는 부분에 국민의 실망이 크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진영정치 공간 사이에 중도층의 폭이 넓어졌다. 유동성이 강한 국면이다. 유권자 표심은 여론조사 표심과 달리 관망하는 상태다. 아직 그것을 담을 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데, 중도통합의 성공 여부에 따라 상당한 파괴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


Q. 제3지대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A. 민주당이 개혁진영의 맏형 역할을 하는데, 진영과 이념에 뭉쳐있고 계파성과 패권의식이 강한 정치를 해왔다. 확장성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성과를 많이 내지 못했다. 만약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연정 형태의 협치가 이뤄졌다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겠나.


이제는 준연동형 선거제 도입으로 과반수 정당의 출현이 불가능해졌다. 문재인정부 2기도 민주당뿐 아니라 대안신당·민주평화당 같은 개혁진영의 연합세력에 의해 움직여야 성과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성과를 잘 내야 2년 이후 대선에서 개혁진영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


Q. 대안신당은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다.


A. 제3지대의 성공은 호남에도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나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다. 또 하나는 호남의 권익 증대다. 언제까지 호남이 특정 기호에 몰아주는 정치를 계속해야 하나. 호남에서의 1대1 경쟁체제가 필요하다.


Q. 제3지대 통합의 필요성과 절박함은 큰데 진전은 느리다.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A. 국민의당과 민주평화당의 거듭된 분열 과정에서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해소되지 않는 앙금이 있다. 또 분열을 밥먹듯 해놓고 또다시 통합한다는 유권자들의 거부 정서도 있다. 대안신당에 참여하는 나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죄송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그것이 바른 길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서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양 진영의 극단적 공생관계에서 중도개혁 진영의 기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한다. 힘을 키우고 통합한다면 세력도 붙고 유권자 관심도 커질 거다. 시간이 급한데 정치 지도자들이 빠르게 결단했으면 좋겠다.


Q. 안철수 전 대표가 광주 5·18 묘역에서 참배하고 국민의당 분당 과정에서 미흡함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그 사과가 충분했다고 보나.


A. 충분하지 않았고 방식도 잘못됐다. 안 전 대표는 호남의 정치적 무게, 호남인의 가치와 지향을 너무 가볍게 보는 듯하다. 4년 전 호남인이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3당 정립체제를 만든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안 전 대표는 그것을 너무 쉽게 무너뜨렸다.


호남인들은 두 가지를 말한다. 첫째, 왜 한국당 잔존세력인 바른정당과 아무런 충분한 설명 없이 가버렸냐, 즉 왜 우클릭을 했느냐다. 둘째, 국민의당은 호남인이 만들어줬는데 왜 호남인에게 아무런 충분한 설명 없이 탈호남을 해버렸느냐다.


안 전 대표에게 가혹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그런 '쇼 타임식' 정치 행보로 호남인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스쳐 지나가듯 할 이야기는 아니다. 정말 제3지대 개혁통합을 논의하고 적대적 공생체제 정치를 고쳐보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 지점부터 해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 특히 호남에 대한 부분은 진지해졌으면 좋겠다.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Q. 안 전 대표까지 포함하는 제3지대 구축은 불가능한가.


A. 우리 대안신당 입장에서는 토론이 필요하겠다. 안 전 대표가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성찰을 하고 가치와 노선, 로드맵을 분명히 한다면,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대화해보겠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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